“서울구치소와 검찰에서 123일 동안 수많은 고통과 번뇌, 인간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직면해 그동안 힘들게 견뎠다. 쓰레기 같은 짓을 한 정운호의 희생양이 돼 이 자리에 서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군 납품 로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브로커 한모 씨는 2일 열린 공판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현용선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한 씨에 대한 3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법정에 선 한 씨는 울먹이며 자신이 검찰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판 말미에 발언 기회를 요청해 “다들 계란으로 바위를 깰 수 없다고 검찰에 반항하면 곧 죽음이라고 했다”며 “한 명을 죄인 만드는 건 쉽다”고 말했다. 이어 “‘생즉사 사즉생’이라는 마음"이라면서 "진술에만 의존하지 말아달라”고 그동안의 일을 자필로 쓴 글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반면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정운호(51·구속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는 “(한 씨에게) 2011년 추석 전에 5000만 원 준 것은 명명백백하다”며 신경전을 벌였다. 한 씨가 군대 내 매점(PX)에 네이처리퍼블릭을 입점하게 해준다는 명목으로 돈을 요구해 서울 강남구에 있는 P호텔 주차장에서 만나 현금으로 돈을 직접 건네줬다는 주장이다. 정 전 대표는 이후 한 씨가 입점 대가로 20억 원을 추가로 요구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돈의 출처를 묻는 검찰의 질문에는 "당시 더페이스샵을 매각해서 2000억 원 이상 현금을 확보해놨다"며 "금고에서 현금을 꺼내 줬다"고 답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40여분 간의 증인신문을 마치고 흰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퇴정했다.
반면 한 씨는 정 전 대표로부터 5000만 원을 받긴 했으나 입점 청탁 명목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2000만 원은 추석 인사로, 나머지 3000만 원은 약값으로 받았다는 것이다. 한 씨는 감정을 못이기고 직접 정 전 대표를 향해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이다. 법정에 와서는 모든 진실을 이야기하자고 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정 전 대표는 “계속 부인하시면 너무 힘들다”고 응수했다.
재판부는 22일 오전 결심공판을 열기로 했다. 한 씨는 2011년 9월 정 전 대표로부터 네이처리퍼블릭 화장품을 군대 PX에 납품할 수 있도록 국군복지단장에게 로비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5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