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ㆍ카자흐 프로젝트 '쉽지 않네'…산 넘어 산 해외건설

입력 2016-09-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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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사업이 여전히 녹록지 않다. 수주 자체도 쉽지 않은데다 이미 계약까지 이뤄진 대형 프로젝트들이 발주처의 재정 문제 등으로 줄줄이 취소되거나 중단되면서 침체일로를 겪고 있는 건설업계를 더 가라앉게 만들고 있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17일 입찰이 마감된 사우디아라비아 라스타누라 클린퓨얼 프로젝트의 입찰에는 1, 2번 두 개 패키지를 묶어 입찰한 스페인의 시공사 TR이 현대건설,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의 국내 건설사들을 제치고 최저가로 입찰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라스타누라 정유공장은 하루 약 55만 배럴을 생산하는 플랜트로 정유공장 내 하루 14만 배럴을 생산하는 납사수첨처리시설이 포함된 클린퓨얼 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사업비 규모만 약 20억 달러다.

사우디 국영석유기업 아람코(ARAMCO)가 발주하는 이 사업은 지난 2년여 간 지연이 거듭되며 답보상태에 놓였었다. 2013년 입찰이 예정됐었지만 저유가로 인해 사우디 정부의 재정이 악화돼 일정이 차일피일 보류됐고, 추진이 미뤄지다 7월에야 입찰을 마감했다.

해당 프로젝트가 재시동을 걸면서 중동을 상대로 한 대형 프로젝트 수주의 물꼬가 터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TR이 국내 건설사보다 낮은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하면서 마지막까지 결과를 지켜봐야 하게 됐다. 정확한 결과는 이 주중에 나올 전망이다.

이미 진행된 프로젝트의 계약해지와 공사중단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1일 상사부문이 투자하고 건설부문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시공사로 참여한 2조 8000억원 규모의 카자흐스탄 발하쉬 화력발전소의 공사계약이 해지됐다고 밝혔다. 20%가량 공사가 진행된 이 사업은 금융조달 등의 문제로 지난해 일시적으로 중단됐지만 돌파구를 찾지 못해 결국 공사를 재개하지 못했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31일 1억9300만달러 규모의 풋옵션(사전에 정한 가격으로 일정시점에 기본자산을 매도할 권리)행사를 청구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이 사업을 원점에서부터 전면 재검토할 방침이다.

앞서 삼성물산은 북아프리카 알제리에서 진행 중이던 6600억원 규모의 복합화력 공사를 발주처의 요청으로 중단했다. 1450MW 규모의 복합화력발전소를 짓는 이 사업은 이미 11% 가량 공사가 진행됐지만 저유가 장기화로 발주처의 재정문제가 불거진게 악영향을 미쳤다.

국내 건설업계의 올해 해외사업은 안갯속을 걷고 있다. 올해 초부터 전년동기 대비 반토막을 기록해 온 수주액은 3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이날 현재 173억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같은기간보다 52% 수주하는데 그치고 있다.

중동은 53%(55억 달러) 급감했고, 아시아지역 역시 이와 비슷한 48%(80억 달러) 감소를 보이고 있다. 아프리카와 중남미에서도 수주액이 각각 9%, 65% 떨어졌다. 유럽에서는 389%의 증가율을 보였지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저유가로 발주량 자체가 줄어든데다 중국이나 일본의 시장 선점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한 때 저가수주로 손실이 극심했던 만큼 저가수주나 사업성이 낮은 사업을 기피해 보수적으로 사업에 나서는 것도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우건설은 라스타누라 클린퓨얼 프로젝트의 패키지2에 입찰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지만 최종적으로 입찰에 나서지 않았다. 저유가와 현지 사정으로 난항이 거듭됐던 사업인 만큼 사업성을 보수적으로 잡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 관계자는 "저유가 등 글로벌 시장 여건이 녹록지 않은데다 계약해지나 공사 중단 등도 건설사들의 해외사업 분위기를 침체시키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해외사업 여건이 순탄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지금으로써는 크지 않은 만큼 전략적인 수주와 방식 등에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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