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진의 이슈通] 조선·해운 청문회 구태 벗어나야

입력 2016-09-0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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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부 차장

국회가 조선·해운 업종의 대규모 부실 사태에 대한 책임 규명에 나선다고 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수십조 원의 혈세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쓰였는지 진상을 밝혀보려는 시도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점은 이번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가 정치적인 쇼에 그칠 것이라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는 것이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는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연석회의 형태로 현안을 살핀다. 오는 8~9일 이틀간 채택된 증인만 46명이다.

이번 청문회는 일명 ‘서별관 청문회’로 불렸지만, 핵심 증인이 빠져 이름값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서별관 청문회는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의 대우조선해양 지원에 대한 모든 것이 서별관회의를 통해 결정됐다는 취지의 발언이 방아쇠가 됐다.

서별관회의는 청와대 본관 서쪽 회의용 건물인 서별관에서 열려 붙여진 이름이다. 경제부총리,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한국은행 총재가 고정 멤버다. 금융 정책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지만, 회의 기구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고 모든 논의가 비공식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었다.

서별관 청문회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당시 각각 경제부총리, 청와대 경제수석이었던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증인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김이 빠졌다. 형식적인 청문회에 그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현직 관료 중에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증인대에 선다.

대우조선 자금 지원 통로인 산업은행은 이동걸 회장을 비롯해 홍기택·강만수·민유성 전·현직 회장들이 모두 증인으로 채택됐다. 수출입은행은 이덕훈 행장을 비롯해 대우조선 지원과 연관 있는 부행장들이 참석한다. 대우조선 정성립 사장과 이미 구속된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도 증인 명단에 올랐다.

국회는 또 4조5000억 원을 지원했지만 결국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STX조선해양에 대한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강덕수 전 회장을 불렀다.

역시 법정관리에 돌입한 한진해운에 대한 부실 사태를 규명하기 위해 최은영 전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관건은 증인들이 얼마나 성실한 자세로 청문회에 임하느냐이다. 청문회 증인 참석은 강제가 아니다. 불출석으로 인해 검찰에 기소될 경우 처벌이 따르지만, 여야의 합의 절차가 필요하다.

대우조선에 대한 검찰 수사가 청문회의 독이 될 수 있다. 증인들은 검찰에서 수사 중인 내용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여당’, ‘호통만 치는 야당’은 국정감사를 통해 그동안 많이 봐 왔다.

청문회는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가려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나아가 금융권의 악습인 낙하산 인사를 뿌리 뽑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구태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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