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소유주 일가의 경영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신격호(95) 회장을 불러 직접 조사하기로 했다. 3개월 동안 진행된 이번 수사는 추석을 전후해 신동빈(61) 회장과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59) 씨 모녀를 조사한 뒤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는 신 총괄회장에게 7일 오전 10시까지 검찰에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고 5일 밝혔다. 신 총괄회장 측은 아직 출석요구에 응할 것인지 여부에 답변하지 않은 상태다. 법원은 지난달 31일 신 총괄회장에 대해 한정후견을 결정하면서 의사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공식 확인했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지난 1월 고소 사건에 관해 조사를 받았을 때 정상적으로 진술을 했고, 지금 상태가 크게 변함이 없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한정후견은 재산거래를 혼자 결정하지 말라는 민사에 관한 결정이고, 형사책임을 지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 "신 총괄회장에 대해 조사하는 내용은 과거 재산거래나 증여, 탈세, 배임 등에 관한 것이고 이런 부분에 대해 법적 책임을 인지하고 있는지는 한정후견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일단 7일 오전 신 총괄회장이 출석요구에 응하는지를 지켜보고 나오지 않으면 그 때 점검을 다시 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서 씨 모녀에게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2%를 증여하는 과정에서 6000억 원대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또 롯데시네마 극장 매장 내 식음료 판매권을 신 이사장과 서 씨에게 독점하도록 하는 등 780억 원대 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사업권을 유원실업과 시네마통상, 시네마 푸드 등 3개 업체에 사실상 독점운영권을 줬는데, 유원실업은 서 씨가,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는 신 이사장이 각각 상당 부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2013년 7월부터 과세당국이 세무조사를 벌인 뒤 600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고발 조치하지는 않았다.
검찰은 서 씨 모녀도 입국해 조사받을 것을 요청했지만, 아직 특별한 답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자발적으로 출석할 수 있는 시간을 한달 여 동안 준 만큼 강제 소환 방법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이날 소진세(66)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을 불러 조사 중이다. 검찰은 이번 주 내로 황각규(61) 사장과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비공개로 한차례 더 조사한 뒤 추석을 전후해 신동빈 회장을 부르고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