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폭스바겐, 미국 트럭업체 내비스타 지분 2억 달러에 인수

입력 2016-09-0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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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으로 미국시장 공략 돌파구 마련 의도

배기가스 시스템 조작 스캔들로 곤경에 처한 독일 폭스바겐이 미국 트럭업체 지분을 인수해 관심을 끌고 있다.

폭스바겐은 미국 트럭업체 내비스타인터내셔널 지분 17%를 약 2억 달러(한화 2208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은 폭스바겐이 이르면 6일 이 소식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며 인수가는 주당 16달러로 2일 종가 14.07달러에 14% 가까운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라고 전했다. 내비스타의 시가총액은 현재 12억 달러에 이른다.

폭스바겐은 그 대가로 내비스타 이사회에 2명을 앉힐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으며 양사는 신제품 개발과 조달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행동주의 투자자인 칼 아이칸과 마크 라체스키가 각각 내비스타 지분 약 20%를 보유하고 이 회사 이사로 있다. 아이칸은 당초 내비스타와 특수트럭업체 오슈코시를 합병시킬 생각에 내비스타 지분을 인수했다. 현재 내비스타 주가는 아이칸이 매입했을 당시보다 떨어져 있다고 WSJ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배기가스 스캔들로 벽에 부딪힌 폭스바겐이 트럭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미국시장 공략 돌파구로 삼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이번 인수 배경을 풀이했다. 폭스바겐이 스캔들로 치러야 할 비용이 지금 거의 200억 달러에 육박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상황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셈이기 때문.

이미 이전부터 폭스바겐이 내비스타에 관심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폭스바겐은 글로벌 트럭시장, 특히 유럽과 브라질에서는 강자로 통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존재감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경쟁사인 볼보는 미국에서 맥(Mack) 트럭을 판매하고 있고 다임러는 트럭 생산업체 프라이트라이너(Freightliner)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내비스타는 주력시장이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 지역이며 그밖의 해외시장에서는 활동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폭스바겐과 전략적으로 들어맞는다. 또 미국 전역에 부품 교체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강력한 딜러망을 보유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내비스타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약 11%로, 프라이트라이너와 팩카(PAccar), 볼보에 이어 4위를 달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내비스타도 폭스바겐처럼 디젤엔진 문제로 최근 수년간 고전을 겪어왔다. 2010년 디젤엔진 환경 규정이 엄격해지면서 내비스타는 다른 업체와 같은 배기가스 저감 기술을 쓰는 대신 독자적인 솔루션을 개발하려 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소비자들이 내비스타의 엔진 신뢰성에 의문을 품은 것이다. 그 여파로 내비스타 시장 점유율은 5년 전에 비해 반토막 났다.

폭스바겐의 베팅이 성공하려면 땅에 떨어진 내비스타의 평판을 끌어올려야 하나 아직 미국향 트럭 엔진이 없는 폭스바겐으로서는 어려운 일이라고 WSJ는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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