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해운에 내놓는다는 1000억… 실효성 있나

입력 2016-09-07 09:40 수정 2016-09-0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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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400억 + 대한항공 600억 = 퇴짜 맞은 자구안 ‘재탕’

한진그룹이 총 1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자금 조달 방식 등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실상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기 직전 채권단에 제출했던 자구계획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더군다나 자금 지원의 실효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어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을 살리고자 하는 일종의 ‘제스처’만 취했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의 사재 400억 원 출연과 함께 대한항공이 600억 원을 지원해 총 1000억 원을 즉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29일 한진그룹이 최종적으로 채권단에 제시한 자구안과 데칼코마니다. 당시에도 한진그룹은 조 회장의 사재 출연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와 비교해 지원 시기만 조금 앞당겨졌을 뿐이다.

여기에 대한항공이 지원하는 600억 원은 한진해운이 지분 54%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TTI가 운영 중인 해외 터미널을 담보로 제공하는 자금으로, 이 역시 자구안에 포함된 내용과 동일하다. 당시 채권단은 “TTI 매각은 담보 문제가 얽혀 있어 최종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이 얼마가 될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TTI는 주주 구성과 옵션이 복잡해 담보로서의 가치 판단에 큰 문제가 있다. 특히, 한진그룹이 그룹 내 다른 계열사가 아니라 이미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자회사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점은 한진그룹의 ‘진의(眞意)’를 의심하게 만든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 자산 외에 서울 송현동 부지 등 부동산 자산 등을 소유하고 있다.

일단 TTI 지분의 담보 제공 가능성 자체가 미지수다. 지난 1일 한진해운에 대한 법정관리와 회생 절차가 개시됨에 따라 한진해운 자산에 대한 담보 제공 여부는 법원의 판단하에 놓이게 됐다. 한진그룹만의 의사 표시로 담보를 잡을 수 없다는 의미다.

법원은 한진해운에 대한 재산 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 신청을 받아들여 모든 채무를 동결한 상태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담보로 잡기 위해서는 다른 채권단들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한진그룹은 이와 관련해 법원과 사전 협의를 진행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진그룹의 발표대로 1000억 원을 마련할 경우 하역 작업이 진행돼 지금과 같은 ‘물류대란’을 일부 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박 운항 차질 등 문제를 해결하려면 당장 1000억∼2000억 원의 현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기존에 연체된 금액과 함께 앞으로 불어날 미지급 대금을 고려하면 이 역시 ‘급한 불 끄기’ 수준이다.

지금까지 한진해운이 연체한 용선료와 터미널 사용료 등을 합치면 부족 비용이 6000억 원 수준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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