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오는 30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보험사기 조사역량 강화를 위해 전직 경찰관 채용에 나서고 있다. 전직 경찰관들의 수사 전문성을 살려 사기 적발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취지지만, 보험에 문외한인 이들의 강압 조사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 강화를 핵심으로 한다. 보험사기를 행한 자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된 처벌을 받게 된다.
7일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결과에 따르면, MG손해보험은 지난 7월 경찰청 경감 출신을 선임조사역으로 채용했다. 지난 6월 메리츠화재와 한화손해보험은 경찰청 경사 출신을 각각 SIU조사실장, 보험조사역으로 충원했다. 경감은 지구대장이나 경찰청 반장급, 경사는 일선 지구대·경찰서 실무자급이다.
법 시행이 임박한 시점에서 전직 경찰관 채용에 더 적극적인 쪽은 중소형사들이다. 대형사들은 이미 보험사기조사팀(SIU·Special Investigation Unit) 인력이 충분해 법 시행을 앞두고 급하게 충원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KB손보는 이미 상반기에 전직 경찰관 채용(2명)을 마친 상황이다.
9월 기준, 삼성화재의 SIU직원은 60명, 동부화재는 44명, 현대해상은 43명, KB손보는 33명이다. 반면, 이번에 채용을 한 메리츠화재는 SIU직원이 15명, MG손보는 8명에 불과하다. 한화손보는 32명으로 회사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SIU직원이 많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이미 SIU인력이 탄탄하지만, 중소형사들은 관련 인원이 적다 보니 법 시행을 앞둔 지금을 충원이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보험사들은 전직 경찰관들이 현장 조사 전문성을 갖춘 데다, 현직 경찰과의 공조수사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들 채용을 선호해왔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특별법 시행 이후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전직 경찰관 출신들을 활용, 무리하게 보험사기 적발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제 보험사기 조사에 대한 법적 근거도 생긴 만큼, 조사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미루거나 거절하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보험업계 숙원사업인 특별법이 통과된 만큼 이 법의 실효성을 입증하기 위해 어떻게든 사기적발에서 실적을 내려고 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정당하게 보험금을 지급받아야 하는 선량한 가입자들까지 피해받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