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책임 어디까지…금융당국-조양호 또 평행선

입력 2016-09-09 09:31 수정 2016-09-0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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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회장 실질 지배..다 책임져야"...한진 "배임 우려"..재벌 지배구조 문제 드러내

한진해운 물류대란 해법을 두고 금융당국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양측이 의견차를 좁히지 못 하는 데는 재벌 대주주의 책임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이 자리잡고 있다.

우선 금융당국은 실질적으로 한진해운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조 회장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입장이다.

조 회장은 지주사인 한진칼-대한항공-한진해운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통해 그룹 전체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조 회장은 한진칼 지분 29.5%를 소유하고 있고,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 33.2%를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지분 33.2%를 가진 최대주주다.

조 회장이 한진해운의 직접적인 최대주주는 아니지만, 대항항공을 통해 실질 경영권을 행사하는 구조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조양호 회장이 한진해운 사태를 직접 나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안전하게 화물을 운송할 책임은 당연히 한진해운에 있고 여전히 한진해운은 한진그룹의 계열사"라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어떤 상황이 닥친다 해도 그룹 차원에서 회사와 해운산업 재활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경주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조 회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법적으로 조 회장의 책임은 제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주는 원칙적으로 자신이 투자한 지분에 대해서만 유한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논리대로 조 회장이 계열사를 통해 한진해운에 자금을 지원할 경우 배임 우려가 있다는 게 그룹 측의 주장이기도 하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한진해운의 대주주는 대한항공이므로 금융당국 논리대로 대주주에게 책임을 지운다면 위법(배임)을 부추기는 셈”이라며 “조 회장의 사재출연을 요구할 수 밖에 없는데 물류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고려하면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또 조 회장에게만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 회장은 지난 2014년 4월 한진해운 지분을 인수한 뒤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한진해운에 지원했다.

특히 한진해운 지원을 위해 2조원 규모에 달하는 에쓰오일 지분 28.41%를 전량 매각한 뒤 한진에너지 차입금 상환 등을 제외한 9000억원 규모를 한진해운 회생에 사용했다. 당시 한진해운을 살리라는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였지만, 이제와서 정부는 모든 책임을 조 회장에게 넘기고 있다.

한진해운을 둘러싼 책임 공방은 적은 지분으로 회사를 지배하는 우리나라 재벌 회사의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낸 경우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양호 회장이 적은 지분으로 실질적으로 한진해운을 완전히 지배해왔음에도 법적으로는 제한된 책임만 지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혼란 속에서도 원칙론만 주장하는 정부와 산은을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기업을 살리느냐 마느냐는 시장 논리에 따라야 하지만, 지금처럼 국가 경제적 문제가 야기될 때는 거시경제적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산은 관계자는 “한진해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정확한 필요 자금 규모가 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자금 지원 근거가 부족하고, 이에 따른 결과가 불확실하다는 측면도 존재한다”며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기존의 구조조정 원칙과도 배치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황윤주·홍샛별 기자 hyj@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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