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째 현대중공업 RG ‘공회전’… 은행 원칙론만

입력 2016-09-09 09:30 수정 2016-09-0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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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에 대해서만 RG 발급 유예..은행 이기주의 촉발”

현대중공업이 신규 수주한 유조선에 대한 선수금 지급보증(RG) 문제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KEB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 등 현대중공업 채권은행들은 RG를 누가할 것인지를 놓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RG는 조선사가 주문받은 배를 발주처에 인도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금융회사가 수수료를 받고 선수금을 대신 물어주겠다고 보증하는 것을 말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채권은행들은 한 달 넘게 현대중공업의 신규 선박 수주에 대한 RG 발급을 둘러싸고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그리스 선사 알미탱커스로부터 수주해 지난달 초 계약한 2000여억 원 규모의 31만7000t급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2척은 RG 발급이 계속 지연되면 계약이 취소될 수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6월 현대중공업이 다른 수주계약을 들고 와 RG 발급을 요청했을 때 한국수출입은행과 함께 보증서를 발급했다.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과 국책은행이 먼저 총대를 멘 것이다.

하지만 하나은행이 7월 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여신담당자와 만나 앞으로 현대중공업에 대한 RG 발급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새로운 다툼이 발생했다. 일단 은행들은 원칙적으로 동의했지만 농협은행만이 유일하게 반대했다.

지난달 하나은행은 업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RG 발급을 원활하게 할 수 있게 ‘RG 발급 채권은행별 분담방안’이라는 내용의 동의서를 8개 채권은행에 보냈다. 은행별 여신 회수율로 RG 발급 순서를 정하자는 것이다.

하나은행이 공식적으로 RG 발급 동의서를 요청한 일은 처음이다. 하나은행은 최근 조선업 여신 회수를 많이 한 순서대로 RG를 발급해야 한다며 농협은행을 발급 대상으로 지목했지만 농협은행만 지난달 18일 “동의하지 않겠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STX조선해양 등 조선업 여신 부실로 올해 상반기 3290억 원의 적자를 낸 상황에서 신규 지급보증은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른 은행들은 모두 동의했다.

하나은행은 농협은행의 사정을 감안해 내년부터 RG 발급에 동참하는 조건으로 다른 채권은행을 설득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농협을 제외한 은행들이 내년부터 농협은행이 동참한다는 확실한 약속이 없이는 나설 수 없다고 맞섰다.

현재 하나은행은 난감한 처지다. 채권은행들 간 현대중공업의 RG 발급 사안을 계속 협의 중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문제는 대기업 여신 리스크 관리에 있다. 조선업 불확실성이 커 발급한 RG가 언제 부실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는 것이 채권은행들의 속내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이 농협은행에 대해서만 RG 발급을 유예해주자 다른 은행들이 형평성 문제를 들고 나오며 서로 발급을 미루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해결의 실마리를 좀처럼 찾지 못하면서 현대중공업에 대한 RG 발급 논의가 답보 상태에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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