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순의 즐거운 세상] “친구야, 감옥 가자”

입력 2016-09-09 10:59 수정 2016-09-09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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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공자왈, 그러면 세상 모든 일이 마무리된다. 결론이 난다. 공자님은 예수님보다 500여 년 전에 태어난 분인데,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에 이미 이런 말을 했다. 세상엔 이로운 벗이 셋 있고 해로운 벗이 셋 있다고. ‘孔子曰 益者三友 損者三友 友直 友諒 友多聞 益矣 友便辟 友善柔 友便佞 損矣’가 그거다. 말 그대로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이로운 벗이 셋, 해로운 벗이 셋 있다. 정직한 사람을 벗하고 신실한 사람을 벗하고 견문이 많은 사람을 벗하면 유익하고, 아첨하는 사람을 벗하고 부드러운 척 잘하는 사람을 벗하고 말만 그럴싸하게 잘하는 사람을 벗하면 해롭다.”

그런데 요즘 한창 유명세를 타고 있는 김형준 부장검사와 친구 두 명을 살펴보면 자기들끼리는 익자삼우라고 생각하며 살아왔겠지만 지금은 손자삼우도 그런 최악의 손자삼우가 없을 것 같다.

김 부장검사(이하 김 검사)와 사업을 해온 김 씨, 김 씨가 바지사장으로 내세운 한 씨는 고등학교 동기 동창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바로 이 고교 동창이 가장 친밀하고, 그래서 실은 가장 위험한 관계임을 세 친구는 여실하게 증명해 주었다.

김 씨는 김 검사를 한 씨에게 소개했다. 한 씨는 고교시절 김 검사와 얼굴만 아는 정도였지만, 몇 번의 술자리를 통해 김 검사와 친해지게 됐다. 김 씨는 지난해 한 씨에게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체의 대표직을 맡아달라고 했고, 한 씨는 좋아라고 받아들였다.

그러나 한 씨는 김 씨가 자신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운 뒤 수십억 원대의 사기와 횡령 혐의를 뒤집어씌우려 한다고 서로 고소했고, 다급해진 김 씨는 김 검사에게 사건 무마를 부탁했으나 김 검사는 자신의 비위가 드러날 게 두려워 오히려 철저 수사를 부탁하는 이중플레이를 했다. 김 씨는 결국 구속됐지만 혼자 죽을 수 없다며 김 검사의 비리를 폭로하기에 이르렀다. “나도 나쁜 놈이지만 검사는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 검사는 살고 나만 혼자 죽을 수는 없었다”라고 하소연한 것이다.

둘이 주고받은 문자나 전화 녹취록을 보면 정말 가관이다. 능력 있는 검사, 울산 아동학대사건 수사로 지난해 제1회 여성아동인권대상(여성변호사회)까지 받은 ‘정의의 사도’는 지저분하고 추한 인간일 뿐이었다.

고등학교 때 전교 회장이었던 김 검사는 촉망받는 유명인사로 그 학교의 자랑이었지만, 지금은 그 학교의 수치가 되고 말았다. 그는 검사장 승진에도 그렇고, 차후 총선에 나가려는데 공천에도 도움이 안 된다며 큰아버지로부터 받은 농지를 처분하려고 친구의 도움을 청했다. 또 술집 팀장이라는 내연녀와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친구에게 송금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의 장인은 골프장 캐디 성추행으로 물의를 빚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인데, 그도 장인처럼 검사로 승승장구하다가 국회의원이 되려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결국 옹서지간(翁壻之間)에 경쟁적으로 망신을 당하고 말았다. 장인을 악옹(岳翁), 악부(岳父)라고 한다. ‘큰 산처럼 든든한 아버지’라는 뜻인데, 그는 장인에게서 엉뚱한 걸 배웠던 게 아닌가 싶다.

김 검사와 김 씨는 걸핏하면 서로 ‘친구야’라고 부르며 청탁을 주고받았지만, 빗나간 우정은 빗나간 인생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친구야, 학교 가자”는 동창생과의 우정을 강조하는 말인데 그들은 다 같이 학교에 가게 생겼다. ‘감옥’이라는 학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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