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북핵문제 대응을 위한 ‘중국역할’의 냉철한 이해가 필요하다

입력 2016-09-1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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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4차 핵실험 이후 8개월 만에 다시 핵실험을 단행했다. 한국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신속하게 미국, 일본 정상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한미일 3각 공조 의지를 분명하게 과시하였다. 8개월 전에도 지금처럼 한미일 3국은 북핵과 대북제재에 대해 일치된 입장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8개월이 지난 현시점에서 북핵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에 중대한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아직 한국 정부가 중국과의 공조를 모색했다는 소식은 없다. 사실 중국이 역할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이면에도 여전히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다는 인식에 변화는 없다. 예컨대 중국이 북한에 제공하는 원유 공급을 차단한다면 그 어떤 유엔 제재안보다도 효과가 클 것이라는 희망적 기대는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그 얘기는 달리 말해 한미일 3각 공조만으로는 제재의 효과를 충분히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현실 인식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정부가 중국 역할에 대한 기대를 표면화하지 않는 배경에는 한중관계의 현실이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이 기회에 차라리 막연하게 기대해 왔던 북핵문제에 대한 소위 ‘중국역할론’을 냉철하게 검토해 봤으면 한다. 5차 핵실험 이후 중국의 공식 반응은 4차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중국은 북핵에 반대하고 비핵화에 대한 입장도 확고하며 유엔 안보리 결의 준수를 강조하여 제재에 대한 의지도 분명하게 표명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6자회담을 해법으로 제시하여 제재보다는 대화가 해결책이라는 기존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거듭된 북한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중국 공식 입장은 특이하리만큼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북핵문제에 대한 기본 인식이 한국 정부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중국에 있어 한반도는 현상 유지를 통한 안정 유지의 대상인 동시에 부상 실현 과정에서 중요한 지정학적 영향력 확보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의 북핵문제에 대한 대응도 이러한 기본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중국은 5차 북핵 실험에도 여전히 ‘한반도의 안정’ 확보에 방점을 두고 있다. 중국은 북핵에 반대한다고 하면서 동시에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복잡하게 만드는 행위’를 자제할 것을 관련 당사국에 요청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현재 2기 시진핑 체제 준비, 경제문제 등 내부적으로 산적한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남중국해에서의 갈등도 고조되고 있어 동북아 지역에서는 저비용의 안정적인 주변 환경 유지가 매우 중요한 우선 외교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장기적 과제로 판단하고 있는 북핵문제 해결보다는 우선적으로 ‘북한발’ 안보 불안을 조속히 진정하고 최소화하는 전략적 선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사실 한국과의 수교 이후에도 남북한 사이에서 일정한 균형을 유지하려는 정책기조를 지속해왔다. 이를 통해 중국은 한반도에서 남북한과 동시에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강국으로서의 유리한 입지를 유지, 확대하고자 했다. 시진핑 정부는 이례적으로 한국에 경사된 외교를 통해 한반도 정책 목표를 실현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또한 사드 배치 등 미일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어 중국이 추구하는 한반도의 안정 유지와 영향력 확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따라서 중국은 대북제재에 참여는 하겠지만 그로 인해 김정은 체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북한과의 관계가 소원해져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것은 여전히 경계하고 있다. 중국 제재의 목적은 대화 재개에 있다는 점을 역설하는 이면에는 한국과 미국의 제재 목적이 자국과는 상이할 수 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즉, 한국과 미국은 북핵 폐기를 위한 제재과정을 통해 북한 김정은 정권의 교체도 불사할 수 있다고 중국은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이러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 한 원유 차단과 같은 전격적인 대북제재 이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서는 ‘결연히 반대한다’고 하지만 북한 정권에 대한 공개적 비난은 여전히 자제하고 있다. 중국은 북핵과 북중 관계를 분리하여 북한에 대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중 관계가 전면적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고자 한다. 즉, 중국은 북한의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교체)로 인해 야기되는 불확실성과 불안정성도 북핵 못지않은 도전과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북한은 한미일과 중국 사이의 이러한 간극을 이용하여 핵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핵개발을 위한 연이은 도발이 이러한 간극을 확대시킬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한미일과 중국 사이의 이러한 간극은 미래 한반도 전략 지형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관계 불일치에서 기인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조율이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그동안 북핵 해결을 위해 중국역할론에 과잉으로 기대한 것도 분명 문제지만, 그렇다고 현시점에서 한미일 협력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것은 결국 원치 않는 동아시아의 신냉전을 초래하게 되고, 이로 인해 북한이 오히려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는 역설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우리에게는 북핵문제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한 현실을 감안할 때, 한미일 협력과 함께 중국과의 공조 역시 중요할 수밖에 없다. 최근 항저우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구동존이(求同存異)’를 제시한 것에 착안할 필요가 있다. 북핵문제라는 공통의 도전에 직면하여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라는 이견은 일단 유보하고 북핵문제에 대한 협력 동력을 우선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미중 삼국이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접점을 전향적으로 모색하면서 단계적 접근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한미중 삼국은 대북 제재라는 기본 원칙에는 합의하고 있는 만큼 이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재의 목적에 대한 이견과 불신이 지속적이고 강력한 제재 도출에 장애가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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