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주공의 혁신은 다름 아닌 '돈벌이'를 위해서다. 대한주택공사는 우리나라 도시계획이 태동한 지난 1962년에 설립된 공기업이다. 즉 당시까지만 해도 주택공사 경험도 적고, 자본도 없었던 당시 주택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다는 게 대한주택공사의 '창립 이념'인 셈이다.
주공의 변신에 대한 고심은 어쩌면 당연하다. 45년을 공기업으로 보내는 동안 주변의 건설환경이 너무나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70년대 중반 중동의 오일쇼크를 기반으로 국내 건설사가 우후죽순 생겨난데 이어 주공 외에 다른 건설사들도 아파트 사업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주택공사는 아파트 건립의 주역에서 조연으로 밀려난 기색이 역력하다.
실제로 지난 1998년 국민의 정부 시절엔 공공부문 구조조정 여파가 전해지면 한때 한국토지공사와의 합병도 고려될 정도로 주공의 위상은 축소됐다. 어쩌면 민간기업이 주공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 만큼 주공이 사라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역사의 수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코트라가 '할 일'을 상당부분 잃었음에도 버티고 있는 것처럼 공기업의 목숨은 매우 질긴 것이 특징이다.
주공을 생사(生死)의 기로에서 건져냈던 것은 바로 참여정부 들어서 가속화되고 있는 '주거 복지'부문이다. 저소득층의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수익문제에 대해 자유로울 수 밖에 없는 주공 만한 적격자가 없다는 게 정부와 시장의 보편타당한 논리였다. 지난해 토공과의 밥그릇 싸움으로까진 번진 비축용 임대주택사업에서 주공에 논리 실릴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실제로 주공은 당시 여권 정치인 출신 한행수 사장을 중심으로 건교부와 똑같이 주택시장의 과열을 우려했으며, 서민들의 주거복지를 꾀한다는 광고를 수도 없이 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또 다시 주공은 '변신'을 부르짖고 있다. 최근 부르짖고 있는 변신은 바로 수익성이다. 민간 건설사에서 '푸르지오'신화를 일궈낸 바 있는 박세흠 사장의 취임과 동시에 '돈벌이'를 향해 매진하겠다는 것이 주공의 새로운 변신인 것이다. 이번의 변신도 역시 공기업의 '강철밥통'을 잃지 않겠다는 심리에서 나온 것은 똑같다. 하지만 문제는 공기업의 본분을 잃고 수익성에 매달리는 것이 주공의 위상에 맞는지가 문제다.
박 사장은 취임 초기에도 자신의 실적인 '푸르지오' 신화를 부르짖으며 주공의 브랜드 강화를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공기업이란 메리트를 그대로 안고 있는 주공이 이 같은 공기업의 역량을 이용, 주택시장에 진입하겠다고 하는 것은 1800년대 후반 미국의 기업 트러스트와 같은 기업 윤리적으로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제 국내 시공능력평가 순위 200위 권에 들어가는 업체 중 주공이 짓는 아파트보다 낮은 수준으로 짓는 건설사는 단 한 곳도 없다.
더욱이 박 사장은 '끼워넣기'식으로 영구임대 재개발을 운운하며 "주거복지에 신경은 쓴다" 메세지를 전달했다. 하지만 이 부분도 잘 뜯어보면 주공의 관심사는 수익성임을 잘 알 수 있다. 박 사장은 영구임대주택 재개발을 언급하며 노원구 상계동, 강남구 수서동의 영구임대 주택을 재개발하면 수익성이 있을 것이란 표현을 했다.
즉 민간 건설업자 출신인 박 사장은 영구임대주택을 재개발하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지 않고 재개발이란 수익사업만 머리 속에 담긴 모양이다. 또 박 사장은 비축용 임대 사업에도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여 상업적 방식으로 접근하겠다고 밝혀 수익성 문제에만 관심이 있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이렇게까지 수익성에 신경을 쓰는 박세흠 사장의 주공이 더이상 서민의 주거복지를 부르짖는 것 자체가 위선이며 광고일 뿐이다.
주공은 직접 아파트를 짓지 않는다. 단지 정부가 밀어주는 '부동산 개발' 사업을 통해 중간 차익만 챙길 뿐이다. 즉 주공의 존재와 사업은 오직 '주거 복지'라는 명분이 있을 때 만 의미가 있을 뿐. 주공의 수익성을 위한다면 주공이란 회사는 민영화가 돼야하며, 공기업이란 간판을 걸고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주공이 돈벌이를 앞으로 돌격하겠다면 공기업의 메리트는 버려야한다. 아니 국민 혈세로 이루어진 모든 기득권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과연 주공은 기득권을 포기하면서 수익성에 매진할 자신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