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판이 바뀐다] 증권판 ‘대마불사’?… IB ‘錢의 전쟁’

입력 2016-09-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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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본 3조~8조 단계별 업무 허용 방침에 KB투자證, 자본확충 ‘4조클럽 가입’ 잰걸음… 미래에셋, 미래에셋대우 합병땐 6.7조 ‘선두’지만 8조 충족 위해 올해 배당없이 이익유보 전망

지난달 초 정부가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안’을 발표했다. 향후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금융투자 회사를 만들고자 은행만 가능했던 업무의 일부를 자기자본 3조·4조·8조원 이상의 증권사에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이다. 정책 변화에 민감한 금융산업의 특성상 증권사들은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덩치 전쟁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에 업계의 거대한 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8조 원 증권사에 주는 혜택이 아주 매력적” = 정부의 초대형IB 육성안은 장래에 자본금 10조 원이 넘는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키우겠다는 취지인 만큼 자기자본 문턱의 단계가 높아질수록 주어지는 ‘당근’의 크기도 커지는 구조다.

자기자본 규모별 주요 인센티브를 보면 자기자본 3조 원이 넘는 증권사에는 기업금융업무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영업용순자본비율(NCR-II)을 적용해 기업의 건전성 부담을 소폭 완화해준다. 또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증권사에 어음발행과 외국환 업무를 각각 허용해 자금조달 창구를 늘려주고 수익사업을 다양화하는 길을 열어 주게 된다.

증권사들이 군침을 흘리는 기준은 8조 원이다. 자기자본 8조 원을 넘긴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200%까지 레버리지 비율에 반영되지 않는 발행어음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종합투자계좌(IMA)를 판매할 수 있고, 그동안 은행에만 허용되던 부동산 담보신탁 업무도 시작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아주 매력적인 인센티브”라고 평가한다.

◇선두그룹 ‘4조 원 클럽’… 미래에셋·NH = 당장 초대형 IB 육성 방안으로 직접 수혜를 입는 증권사는 통합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두 곳뿐이다.

현재로서 ‘자기자본 경쟁’의 선두는 미래에셋증권이다. 현재 진행 중인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와의 합병작업이 마무리되면 국내에서 가장 덩치가 큰 회사가 된다. 합병법인의 예상 자기자본은 6조7000억 원으로 최상단인 8조 원에 가깝게 다가선다. 이에 통합 미래에셋대우는 가시권에 있는 8조 원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은 우선 올해 벌어들이는 이익을 유보하는 방법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당기순이익은 1746억 원, 미래에셋대우는 2988억 원이다. 이익을 배당하지 않고 자기자본에 편입한다면 일단 7조 원을 넘기게 된다. 여기에 미래에셋 합병증권사가 보유할 자사주를 매각해 자본을 확충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이르면 연말 미래에셋이 8조 원 기준을 무난하게 충족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래에셋과 함께 현재 자기자본 4조 원 기준을 넘는 증권사로는 NH투자증권이 있다. NH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약 4조5000억 원 수준으로 일단 4조 원 기준까지는 넘어섰지만 마지막 관문인 8조 원까지는 좀 멀게 느껴지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당장 NH투자증권이 8조 원 기준을 맞추겠다고 대규모 유상증자 등의 방법을 동원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저마다 속사정 다른 3조~4조 원 그룹 = 자기자본 3조~4조 원 그룹에는 현대증권 인수를 통해 자기자본 3조8000억 원대로 몸집이 불어난 KB투자증권을 비롯해 삼성증권(3조4000억 원), 한국투자증권(3조2000억 원) 등이 있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최근 5000억 원 규모의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3조 원대로 올렸지만 당분간 더 이상의 자본확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4조 원 클럽 가입이 가시권에 있는 KB투자증권은 어떻게든 자기자본 확충에 나설 가능성이 가장 크다. 실제 이익잉여금 증대와 증자 등을 통해 연말에는 자기자본 4조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4조 원 문턱에 다가선 KB로서는 어떻게든 ‘4조 원 클럽’에 합류할 것”이라며 “이 경우 국내 투자사업자는 없는 만큼 3강 체제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새로운 인센티브를 얻고자 유상증자나 인수합병(M&A)을 고려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왔거나 잠재적 매물로 거론되는 하이투자증권, SK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이 주목받는다. 자기자본 7000억 원 규모인 하이투자증권을 삼성이나 한투가 인수하면 단숨에 자기자본 4조 원을 충족시킬 수 있다. 다만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인수 메리트가 없어 흥행이 되지 않았던 만큼 대형사들이 증자와 M&A 사이에서 저울질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증권업계의 덩치 키우기 경쟁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제기된다. 단기간에 자기자본을 늘리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크게 손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초대형 IB는 자기자본을 늘린다고 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오히려 이 과정에서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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