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우승의 순간을 올 한 해 많이 기다려왔다. 2등도 많이 하고 3등도 하면서 ‘언젠가는 그 경험들이 우승이라는 좋은 결과로 돌아오겠지’하는 생각으로 힘든 시간들을 이겨내려고 노력했다.”
‘8등신 미녀’ 전인지(22·하이트진로)는 18일(한국시간) 비가 오는 악천후 속에서 프랑스 에비앙 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파71·6470야드)에서 열린 에비앙 챔피언십 대회 최종일 경기에서 2타를 더 줄여 합계 21언더파 263타를 쳐 공동2위 박성현(23·넵스)과 유소연(26·하나금융)을 4타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이 탸수는 LPGA 메이저대회 사상 최저타수다. 특히 신인상도 확정지었다. 16개 대회 만에 우승이다. 우승 상금 48만7500 달러.
세계 골프 역사를 다시 쓴 전인지는 “사실 부상 이후에 스스로 부정적인 감정에 빠져 있어서 어떻게 헤쳐 나와야 될지 모르는 시간들도 있었다”며 “그럴 때마다 가족과 코치, 팀원 모두가 이런 마음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줘 우승이라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그간의 힘든 속내를 털어놨다.
이번 우승에 대해 그는 “이 우승을 기다려와서 그런지 부담이 많이 됐다. 특히 시작하기 전에 스스로 너무 예민한 행동들을 하고 있다고 느낄 정도로 큰 부담이 됐다”고 덧붙였다.
전인지는 LPGA투어 생애 첫 우승을 지난해 US여자오픈에서 이룬 데 이어 두 번째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올리는 진기록을 수립했다. LPGA투어에서 생애 첫 우승과 두 번째 우승을 모두 메이저대회로 장식한 사례는 1998년 박세리(39)와 전인지 2명뿐이다. 1992년 벳시 킹(미국)이 LPGA 챔피언십에서 세운 267타를 갱신한 전인지는 쩡야니(대만) 등 4명이 갖고 있던 LPGA 투어 메이저대회 72홀 최다 언더파 기록인 19언더파를 갈아 치웠다.
전인지는 제이슨 데이(호주)와 헨릭 스텐손(스웨덴)이 세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 72홀 최다 언더파 기록인 20언더파도 깼다.
“19언더파가 메이저대회 최저타 타이 기록이라고 알고 최종일 경기에 들어갔다. 그러다보니 스스로 더 ‘코스와 나와의 게임이 시작되는구나’하는 느낌으로 티오프를 시작했다. 왜냐하면 잘 해서 또다른 기록을 하나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올해 고려대 사회체육학과 졸업반인 전인지는 여자 골프계에서 영재로 소문나 있다. 머리가 뛰어나 확률 골프를 즐긴다고 한다. 이번 우승에도 영리한 코스 매니지먼트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까지 그는 대회가 열리지 않는 날에는 학교에 갔다. 라이벌들이 미국에 진출했지만 학업을 마치기 위해 해외 진출을 뒤로 미뤘던 것. 학교에 가면 행복하고 그것이 경기력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LPGA투어에 ‘무혈입성’해 올 시즌 루키로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박성현은 우승을 놓쳤지만 이글 1개, 버디 3개, 보기 3개로 2타를 줄여 17언더파 267타로 유소연과 함께 공동 2위에 올라 미국 진출의 청신호를 밝혔다. 박성현은 이번 준우승으로 상금랭킹 40위 이내 진입이 확실해졌다. 비회원이라도 시즌 종료 시점 상금랭킹 40위 이내에 들면 이듬해 LPGA 투어에서 뛸 자격을 주는 제도의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유소연(26·하나금융)이 보기 없이 5언더파를 치며 공동 2위까지 치고 올라온 덕에 상위 1∼3위를 모두 한국 선수가 차지했다.
김세영(23·미래에셋)이 6타를 줄여 14언더파 270타로 5위에 올랐고, 지난주 유럽투어 우승자 김인경(28·한화)도 2타를 줄여 12언더파 272타로 6위에 랭크됐다.
디펜딩 챔피언 리디아 고(19·캘러웨이)는 2타를 잃어 2오버파 286타로 공동 43위에 머물렀다.
출처: LP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