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유필화 ‘위기의 시대를 이기는 단 하나의 질문, 무엇을 버릴 것인가’

입력 2016-09-1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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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숲에서 찾는 경영·인생의 지혜

숙성한 와인처럼 책도 그런 면이 있다. 젊은 작가들에게선 패기가 느껴지는 반면에 나이 든 작가들에게서는 완숙함을 느낄 수 있다. 유필화 성균관대 경영대 교수의 최근작 ‘위기의 시대를 이기는 단 하나의 질문, 무엇을 버릴 것인가’(비즈니스북스)는 완숙함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경영과 고전이 잘 버무려진 책이라 아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경영의 지혜뿐만 아니라 인생의 지혜도 얻을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의 최근작을 이렇게 소개한다. “이 책은 지난 수년간의 나의 독서, 사유, 경험을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내가 나름대로 5000년에 걸쳐 생산된 동서양의 인문고전과 역사에서 배운 옛 어른들의 지혜 그리고 경영의 현장에서 보고 들으며 터득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라고 감히 자부한다.”

3장의 굵직한 제목은 △사람만 남기고 모두 버려라 △혁신이 아니면 버려라 △이익을 내지 못하면 버려라 등으로, 경영자들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런데 실상 책을 펴면 경영은 숨기고 고전들에서 뽑은 주옥같은 명문장들이 여러분에게 설렘과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대처하는 길은 단 하나뿐이다. 해야 하는 모든 방도를 강구한 다음 오로지 태연하게 그것에 대처해야 한다.” ‘근사록’에 나오는 명문이다. 세상 사는 이치를 명쾌하게 담고 있다. “역경에 처하면 주변의 모든 것이 좋은 약이 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절조와 행동이 단련된다. 만사가 잘 풀릴 때는 눈앞의 모든 것이 흉기가 되고 살이 녹고 뼈가 깎여도 깨닫지 못한다.” ‘채근담’에 나오는 이 명언은 누구든지 자신이 태어난 시대를 탓하지 말라고 권한다. 좋은 시대는 좋은 시대대로, 힘든 시대는 힘든 시대대로 나름의 의미가 있다. ‘채근담’의 전집 제13장에는 인간관계를 잘 형성하는 지혜가 다음과 같이 담겨 있다. “작은 길이나 좁은 곳에서는 한 걸음만 멈춰 다른 사람이 먼저 지나가게 하고, 맛 좋은 음식은 10분의 3만 덜어내 다른 사람이 맛보게 하라. 이것은 세상을 안락하게 살아가는 최상의 방법 중 하나다.”

살다 보면 누구든지 어려운 시기를 경험한다. 자칫 낙담하거나 좌절하기 쉬울 때 ‘채근담’의 전집 제127장을 새겨보길 권한다. “역경과 곤궁은 호걸을 단련하는 하나의 도가니와 망치다. 능히 그 단련을 받으면 몸과 마음이 강건해지고, 그 단련을 받지 않으면 몸과 마음이 약해져 큰 그릇으로 자라지 못한다.” 동서양 고전들의 숲을 거닐다 보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른 것이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경영의 지혜라는 것이 크게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무엇이든 차별화할 수 있어야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데, 이런 지혜는 이미 미국의 격언에 담겨 있다.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알아본 다음 그것을 다르게 하라.” 우리는 인간적으로나 조직적으로 과거로부터 해오던 것을 계속하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 관성과 통념을 벗어나기 힘든데,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멋진 경고를 아끼지 않는다. “경험을 통해 터득한 법칙은 그것이 성립되었을 때의 조건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면 오히려 짐이 된다.” 한때의 업적에 취하기 쉬운 존재가 사람이고 기업이다. 리처드 포스터는 ‘혁신’이란 저서에서 “오늘날의 시장 지배 기업은 내일의 잠재적인 패자다”라고 경고한다. 고전의 숲속을 거닐면서 경영과 인생의 지혜를 탐구하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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