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김영란법’ 주의보] 연기금으로 투자, 운용사 직원도 ‘긴장’

입력 2016-09-2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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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낸 연금 일부를 운용하는데 공인으로 봐야 하지 않겠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을 두고 자산운용업계 종사자들의 눈치전이 치열하다.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언론사·사립학교 임직원 등이 대상이지만 공적자금인 연기금의 자금을 대신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문사의 담당 임직원도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단순 자금 처리 업무가 아니라 ‘권한’을 위임하는 것으로 해석되면 김영란법 대상이 된다.

오는 28일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 제11조에서는 공무를 수행하는 사인에 대해서도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금지 등 행위 제한 규정을 준용하겠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를 수행하는 사인에는 공공기관의 권한을 위임·위탁받은 법인·단체 또는 그 기관이나 개인이 포함된다.

연기금 투자풀에 참여하는 운용사의 펀드매니저와 해당 회사 대표가 수행하는 업무가 단순히 ‘위탁’인지 자금관리 ‘권한’을 위임받은 것인지에 따라 법 적용 여부가 갈릴 수 있다.

한 로펌 변호사는 “국민연금이 사실상 자금 일부의 운용을 해당 운용사에 맡겼다면 권한을 위임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자산운용사 준법감시인은 “연기금에서 자금을 주더라도 운용 방향과 스타일, 수익률 등 다방면에서 관리를 하기 때문에 권한을 위임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단순 위임으로 해석하는 것이 업무 성격에 맞다”고 설명했다.

운용사 외에 은행권도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중은행은 각종 정부 기금의 수탁 업무를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을 직접 운용하는 것보다 관련성은 낮지만, 관련법상 위임과 권한을 명시한 규정이 난립해 해석이 분분하다.

외국환거래법에서는 기획재정부 장관의 ‘권한’ 일부를 위임·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한 반면, 기술신용보증기금법과 신용보증기금법에서는 ‘업무’의 위탁이라고 명시된 상황이다.

은행연합회 등 업계에서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상태다. 그러나 법 적용까지 시일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우선 보수적으로 해석하고 당분간 영업 등에서 몸을 사릴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일정 수준 이상이면 국내 운용사의 운용 능력은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에 친분과 신용을 바탕으로 하는 이른바 ‘형님 영업’이 수탁고 확장에 큰 역할을 해왔다”며 “김영란법이 운용사까지 확대되면 이런 관행도 크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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