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오너 리스크, 비정상의 정상화로 극복해야

입력 2016-09-20 10:44 수정 2016-09-27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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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자본시장1부장

최근 한진해운 사태나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를 보면 오너가(家)의 기업 경영에 많은 문제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훌륭한 오너가 책임 경영을 펼치는 모습은 마땅히 존경받을 만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재벌의 오너들이 1~2세대를 지나 3~4세대로 넘어오면서 무조건 오너가 기업 경영에 뛰어들어야 하는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일부 재벌 오너가의 경우 자녀나 친인척이 직책만 맡은 채 일을 하지 않고 수십억 원의 연봉을 받거나, 계열사 대표를 맡아 일감 몰아주기로 수익을 챙기며 도덕적 해이를 보이고 있다

물론 회사가 100% 개인회사라면 문젯거리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 재벌회사가 주주가 있는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

제대로 전문적인 경영수업을 받은 재벌 오너 후계자가 경영승계를 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재벌가의 창업주나 2세들 중에서 사회의 존경을 받는 인물도 많다. 하지만 3~4세로 경영권이 넘어오면서 그려지는 재벌가의 자화상은 과연 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을까. 감히 말한다면 아니다.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오너는 자신의 지분만큼 배당을 받으면 된다. 그동안 사주의 책임 경영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오너의 책임 경영이 오히려 오너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이러한 잘못된 관행이 한진해운 사태에서 웃지 못할 촌극으로 이어졌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물류대란이 일어났다. 이미 물류대란은 누구나 예측 가능한 사실이었다. 사태가 심각해지고 여론이 좋지 않자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책임 회피의 희생양을 찾았다.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에 물류대란을 예측 못한 책임을 떠넘기고 해결 방안으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에게 사재를 출연해 한진해운 하역비를 내라고 압력을 행사했다. 특히 대한항공에 담보를 내놓으라는 주문까지 했다. 대한항공은 엄연히 주주들이 있는 상장회사인데도 일부 책임을 지라는 금융당국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 불법을 하라고 금융당국이나 채권단이 떳떳이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600억 원을 지원하게 되면 주주 이익에 반하는 배임·횡령 행위임에도 그렇게 하라고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가.

채권단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결정을 내릴 때만 해도 시장원리에 맡기겠다는 당위성을 표방했다. 하지만 물류대란으로 여론이 악화하자 도의적 책임을 내세우며 오너가와 오너가의 주력 계열사를 통한 자금 지원을 압박하는 것이 시장원리인가 묻고 싶다.

법정관리에 가기 전의 오너가 사재출연 압박은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이해가 된다. 하지만 오너가 더는 지원하기 어려워 법정관리를 선택한 후의 사재출연 압박은 법치주의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금융당국이 이 같은 발상을 하는 것은 그동안 재벌기업이 오너가의 사기업처럼 운영된 잘못된 관행을 인정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과거 창업주의 역량과 정부의 지원으로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던 개발시대는 이제 지나갔다. 충실히 경영수업을 받은 재벌 오너가 자제라면 몰라도 능력이 되지 않는데 기업 경영에 참여해 억대 연봉을 챙기는 재벌 자제들은 경영일선에서 한 발짝 물러나야 한다. 오너로서 이사회를 통해 충분히 자신의 견해를 피력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만큼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정당한 배당을 받으면 한진해운 사태와 같은 해프닝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피히테가 “기억이 없다면 세계가 없다”고 말한 것처럼 한진해운 사태에서 보여준 교훈을 망각하지 않고 기억으로 남겨야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룩할 수 있다. 기업이 어려워지면 국민들이 얼마나 힘들어지는지 과거 외환위기 사태에서 충분히 봤다. 비정상의 정상이 어려운 기업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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