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반기문의 선택은?

입력 2016-09-2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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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추석 연휴의 스타는 단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었다. 반 총장이 정세균 국회의장과 함께 3당 원내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내년 1월에 귀국하고 귀국 보고를 할 기회를 갖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의 발언 하나하나가 곱씹어지면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 사람의 발언을 두고 여야가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고 갑론을박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아마도 그만큼 반 총장의 국내 정치적 비중이 커졌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반 총장의 내년 대선 출마는 거의 확실한 것 같다. 중요한 건 반 총장이 어떤 방식으로 국내 정치에 뛰어들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지금 새누리당 친박들이 원하는 대로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로 국내 정치를 시작할 것인지, 아니면 이른바 제도 정치권 밖의 제3지대에 있으면서 대선 후보가 되고 그 이후에 새누리당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을 거칠지 그것이 궁금하다는 말이다.

먼저 제3지대에 있으면서 대선 후보가 되고, 그 이후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를 한다는 시나리오부터 생각해보자. 이럴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반 총장의 국내 정치적 세력이 미약하다는 점이다. 국내에서의 정치세력이 미약하기 때문에 제3지대에 있으면서 바람을 일으키기는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전직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경력이 있기는 하지만 만일 다른 정당들이 반 총장을 집중적으로 검증하면서 거세게 몰아붙이면 이런 경력도 별 소용이 없어질 수 있다. 방패막이도 없이 홀로 이런 공격을 막아내기란 국내 정치 경험이 전무한 반 총장으로서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패막이와 바람몰이를 위해서는 정치세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는데, 그런 역할을 새누리당 내의 친박과 여권의 충청권 의원들이 맡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반 총장은 제도 정치권 밖에 있으면서 대권에 도전하기보다는 새누리당으로 들어가서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반 총장으로서는 또 다른 이점을 가질 수 있다. 바로 현재 권력의 도움이다. 물론 현직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자기 당 후보를 밀어줄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방해는 하지 않을 수 있다. 대통령은 누군가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킬 수는 없어도 방해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해만 안 해도 대선 후보로서는 감사할 일이다.

반 총장의 입장에선 새누리당으로 들어가 대선을 치르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일 이렇게 될 경우 반 총장에 대한 야당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이 분명하다. 우선 반 총장은 정치인 출신이 아니고 전문 외교관 출신이기 때문에 유권자들에게 신선함을 줄 수 있다. 때문에 이를 대적해야 하는 야당들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일반 유권자들이 갖고 있는 반 총장에 대한 신선감에 때를 묻히려 할 것이다. 그래야만 정치인 출신의 자기 당 후보가 맞붙을 만한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당은 상당한 수준의 검증의 잣대를 들이댈 것이다.

또 민주당은 반 총장이 본래 자신들이 만들어낸 인물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노무현 정권 때 탄생한 유엔 사무총장이기 때문이다. 감정적 배신감도 있을 것이다. 정치란 감정보다는 계산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정치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어서 감정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이런 배신감이 반 총장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하면, 그것도 새누리당 후보로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면, 상당한 시련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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