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내진설계 취약

입력 2016-09-2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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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5.8의 경주지진 이후 건축물 내진설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국립 도서관과 박물관, 미술관 상당수가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아 지진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문화관광체육위 소속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문체부 소속 또는 산하 주요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국립도서관의 경우 2008년과 2013년에 각각 건축된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서울 서초구), 국립세종도서관(세종시)은 내질설계가 적용된 반면 국립중앙도서관 본관(1988년 건축, 이하 괄호는 건축연도)과 자료보존관(2000),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서울 강남구, 1981)은 내질설계가 적용되지 않았다.

국립중앙도서관은 한국을 대표하는 도서관이자 한국어로 된 책 746만 권 등 1065만 점의 장서를 보유한 국가지식정보자원의 보고라는 점에서,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이용한다는 점에서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지방 13개 박물관 가운데 내진설계가 적용된 곳은 중앙박물관(서울 용산구, 2005)과 공주ㆍ김해ㆍ제주ㆍ춘천ㆍ나주 등 지방 5개 박물관에 그쳤다. 나머지 8개 박물관은 건축물 전부 또는 일부가 내진설계 적용이 되지 않았다.

지난 12일 지진으로 신라역사관 외부 유리창 4장이 파손되고, 건물 외벽의 타일이 일부 떨어지는 피해를 입고 이튿날 하루 유물 정밀조사를 위해 휴관하기도 했던 국립경주박물관의 경우 (신라)미술관(2002)을 제외한 고고관(신라역사관, 1975)ㆍ특별전시관(1975)ㆍ안압지관(월지관, 1983) 등 5개 건축물에는 내진설계 반영이 되지 않았다.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 후생관 건물을 개증축하여 개관한 국립고궁박물관(서울 종로구)은 국보 제228호 천상열차분야지도각석과 다수의 보물급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지만 내진설계가 되어있지 않다.

1993년 국립중앙박물관 청사를 물려받아 이전 개관한 국립민속박물관도 내진설계가 안 되어있기는 마찬가지이다.

반면 한글문화자원이 보관 전시된 국립한글박물관(서울 용산구, 2013) 현대사 박물관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서울 광화문, 2012)은 내진설계가 반영됐다.

현재 내진설계가 반영되지 않은 건축물에 대해서는 내진성능평가를 거쳐 내진보강을 했기 때문에 진도 5.5 내외의 내진성능을 확보했다는 게 국립중앙박물관 측의 입장이다.

다만 이번 경주지진의 진도가 5.8에 달하고 2005년 이후 정부의 건축물에 대한 내진설계 규정도 진도 6~7 수준을 견디도록 바꾸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정확한 실태 점검과 종합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백남준의 작품 ‘다다익선’ 등 근현대를 대표하는 한국미술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은 2013년 건립된 서울관을 제외하고 덕수궁관(1938), 과천관(1986) 모두 내진설계가 되지 않아 보강공사를 추진 중이다.

이밖에 국가에서 운영 중이거나 문체부 산하의 각종 관람 및 공연장도 지진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중앙극장은 2008년 건축된 KB하늘극장을 제외한 본관동(1973), 별관동(1967), 기계동(1973)이 모두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았다.

상설 전통예술 공연장인 정동극장(서울 중구, 1995), 오페라와 음악 공연장 및 미술관 서예박물관 등을 갖춘 예술의전당(서울 서초구) 5개 건물(1988~1993)도 모두 내진설계가 되지 않았다.

김병욱 의원은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난 마당에 한국사회의 현재와 과거를 고스란히 간직한 수장고라 할 수 있는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등이 지진 위험에 노출되어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진도 6.0 이상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종합적인 실태 점검과 중장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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