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영장’에 패닉 롯데, “경영권 위기에 IPOㆍM&A 성장동력 잃어 전전긍긍”

입력 2016-09-2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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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이 구속영장을 받아들면서 롯데그룹이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년 넘게 지속된 경영권 분쟁과 6월 대규모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검찰 수사 등으로 창립 70년 만에 위기를 겪고 있는 롯데그룹은 최악의 시나리오인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 박탈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26일 오전 20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신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고심 끝에 신 회장의 혐의 내용과 죄질 등을 고려할 때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 경제 등 수사 외적인 요인을 감안해 신 회장을 불구속 기소할 경우 향후 재벌기업 수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참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자신을 포함한 오너 일가를 한국 또는 일본 롯데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려놓고 아무런 역할 없이 수백억원대 급여를 수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 회장과 막대 동생인 유미(33)씨는 100억 원대, 형인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400억 원대 부당 급여를 받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신 회장은 계열사간 부당 자산 거래, 오너 일가 관련 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한 1000억 원대 배임 혐의도 있다. 그는 롯데케미칼의 270억 원대 소송 사기, 롯데건설의 300억 원대 비자금 조성, 롯데홈쇼핑의 정관계 금품 로비를 지시하거나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 측은 신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영장심사에서 성실히 소명한 후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룹 내 분위기는 그야말로 패닉상태다. 만약 신 회장이 수감 된다면 롯데그룹은 '옥중경영' 체제로 돌입하게 된다. 문제는 경영권이다. 우리나라와 다른 일본의 경영 관례상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사회와 주총 등을 열어 신 회장을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할수도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예견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한ㆍ일 롯데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일본 임원들이 경영권을 대신 행사하는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갈 경우 일본 경영진과 주주들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최악의 경우 롯데의 주인이 일본인으로 바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신 회장 등 롯데 오너 일가의 지분이 탄탄하지 못한 점과 한국과 일본 롯데의 분리 경영 특수성에 기인한다.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최대주주가 일본 롯데홀딩스이기 때문에 한ㆍ일 롯데는 모두 일본 롯데홀딩스가 다스리는 구조로 돼 있다. 결국 일본 롯데홀딩스의 경영권을 손에 쥔다면 양국의 롯데그룹 총괄 경영권을 갖게 된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요 주주와 지분율은 △광윤사(고준샤ㆍ光潤社) 28.1% △종업원지주회 27.8% △그린서비스ㆍ미도리상사 등 관계사 20.1% △임원 지주회 6% △투자회사 LSI(롯데스트레티지인베스트먼트) 10.7% △신격호 총괄회장 포함 가족 10% 안팎 등으로 알려졌다. 롯데홀딩스와 상호출자 관계로 의결권이 없는 LSI를 제외하면 광윤사(28.1%)와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 및 임원지주회(20.1+6%)가 3분의 1씩 지분을 고루 나눠 가진 셈이다. 문제는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인 신동주ㆍ동빈 형제의 개인 지분이 각각 1.62%, 1.4%로 매우 미미한 데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맏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의 지분까지 포함해 신씨 오너가의 지분은 모두 10%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지금은 종업원지주회와 임원지주회ㆍ관계사가 신 회장의 경영 역량 등을 근거로 지지하고 있지만, 만약 신 회장이 구속 수사를 받거나 비자금 의혹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될 경우 ‘변심’의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롯데그룹 내부에서도 연 매출 90조 원에 이르는 한국 롯데를 외형상 20분의 1에 불과한 일본 롯데가 지배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 롯데그룹의 경영 시계도 멈출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신 회장이 구속으로 총수 경영 공백이 장기화되면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등 그룹의 성장 동력이 식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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