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 산업화와 민주화, 거버넌스 혁신

입력 2016-09-26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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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대한민국이 백천간두에 서 있다. 전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을 향해 총력 질주하는데 우리는 과거 성공 패러다임에 안주하고 있다. 고령화와 북핵은 안팎에서 우리를 위협한다.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한 거버넌스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산업화와 민주화에 이은 새로운 국가 혁신을 살펴보자.

우선 산업화 과정을 보자. 전 세계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하면 된다’는 일념으로 선진국을 따라잡아 1차 한강의 기적을 이룩했다. 추격 전략의 핵심은 국가 후견주의에 의한 대기업 지원이었다. 국가는 특정 산업 육성을 위한 특정 대기업 지원에 국가 자원을 집중했다. 큰형이 잘되면 동생들을 챙겨 줄 것이라는 ‘낙수 효과’의 믿음이 있었다. 대기업은 성장했고 국가의 부는 대기업에 집중됐다. 산업화 과정에서 온 국민이 노력했지만, 과실은 국가가 지원한 재벌들이 독점하는 결과가 초래됐다.

산업화에 이어 민주화 운동이 시작되었다. 군부독재가 무너지고 문민정권이 등장했다.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동시에 민주화를 달성한 유일무이한 국가로 칭송받게 되었다. 그런데 그 실상은 1%의 재벌과 9%의 조직화된 세력이 비조직인 일반 국민을 차별하는 구조다. 산업화의 막바지인 1993년 상위 10%의 수입 비중은 29%였고, 이는 전 세계적으로 비교적 평준화된 분배 구조였다. 그런데 민주화가 진행된 2013년 상위 10%의 수입 비중은 44%로 상승, 미국 다음으로 불평등한 구조가 됐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77% 증가할 때 하위 90%의 절대 소득은 12% 감소했다. 산업화보다 민주화 과정에서 불평등이 악화된 이유를 분석해야 하는 이유다.

낙성대연구소에 의하면 상위 1%의 소득 비중이 5%포인트 상승하는 동안 차상위 9%는 10%포인트 상승했다. 민주화의 분배 성과는 차상위 9%에 집중되면서 하위 90%의 소득 분배는 오히려 악화한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화의 성과자인 차상위 9%는 과연 누구인가? 이들은 민노총이 있는 대기업 직원과 금융노조, 전교조가 있는 교원, 공공노조가 있는 공공기관과 진입 규제로 보호된 의사, 변호사 등의 전문직이다. 대기업과 금융계의 임금은 한국 평균의 3배인데 미국과 일본은 평균 수준이다.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 지급을 위해 하청업체를 쥐어짠 결과, 20년 전 동일했던 대기업과 소기업의 임금이 이제 두 배가량이나 벌어졌다. 그 이유는 재벌의 불투명 경영과 조직화 세력의 결합에 있다. 재벌 개혁과 노동 개혁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하는 이유다.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는 혁신을 저해하는 제도와 생산성에 비례하지 않는 분배 구조에 있다. 미국 일류대학 졸업생의 직업 1순위가 벤처 창업인데 한국의 벤처 창업 순위는 최하위권이다. 혁신이 없는 국가에서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없다. 무한책임 연대보증은 창업을, 한국만의 배임죄는 기업을, 감사원의 정책감사는 공무원을 옥죄어 혁신을 저지한다. 혁신의 가치창출이 사라진 국가에서 분배 경쟁은 제로섬 게임이다. 조직화된 투쟁으로 과도한 분배를 획득한 집단의 경쟁력은 OECD 최하위권이다. 분배 왜곡이 인재 왜곡으로 이어져, 대학생의 과반수가 공무원 시험으로 매진하는 세계적 미스터리가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년들은 ‘헬조선’을, 지식인은 ‘각자도생’을 외친다.

근본으로 돌아가자. 개방으로 혁신을 지원하고 생산성에 비례한 보상체계를 확립하라. 혁신은 정직한 실패에 대한 지원을 먹고 자란다. 300조 원에 달하는 렌트 수익과 이권 수익 등 혁신이 없는 수익에 과세하라. 정부 후견주의에서 민간 자율로 전환하라. 벤처의 혁신이 대기업의 시장과 만나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국가는 발전한다.

분배 구조의 혁신을 위한 재벌 개혁, 노동 개혁, 정부 개혁 등 숱한 과제들은 그동안 조직화된 이익집단의 힘에 좌절되어 왔다. 10년 내 4차 산업혁명 완수를 위한 거버넌스 혁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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