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건강보험 부과체계로 인해 저소득층의 상당수가 보험료를 체납하고 있어 부과체계 개편 등의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건강보험 장기체납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생활고 때문에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한 생계형 체납자가 90여만 가구(1조168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정부의 부담완화 조치는 45억 원에 불과했다. 고액 재산가이면서도 보험료를 일부러 내지 않는 ‘특별관리대상’은 6만 명에 달했다.
지난 7월 말 현재 보험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한 지역가입자의 67.4%(90만8000가구)는 월 보험료 5만 원 이하의 저소득층이었다. 보험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하면 건강보험법상 병ㆍ의원 이용에 제한을 받게 되지만, 이들은 경제 형편 때문에 장기체납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험료를 1년 이상 장기체납한 전체 가구 중 절반 이상인 74만1000가구 역시 월 보험료 5만 원 이하에서 발생했다.
2014년 생활고로 자살한 송파 세 모녀의 경우 소득이 거의 없었지만 월 건강보험료가 5만140원이어서 논란이 됐다.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산정은 소득, 재산, 자동차 등에 보험료 부과점수를 산정해 점수당 보험료 179.6원을 곱해 산출한다. 즉, 보험료가 5만 원이라면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점수는 279점이 안 된다는 소리다. 이 279점은 소득 및 자동차 점수를 모두 0으로 계산해도 보유재산이 5020만~5590만 원일 경우 부과되는 재산 12등급의 294점보다 낮다.
정부는 노인가구ㆍ생활곤란가구 등에 대해 일부 보험료를 경감해주거나 도저히 낼 수 없는 사람의 경우 결손처분해 탕감해주고 있지만, 올해 정부의 부담완화 금액은 45억 원에 불과했다.
윤 의원은 “월세 납부액도 전세로 전환돼 계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건강보험료 장기체납자의 상당수가 저소득층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건강보험료 체납자의 대부분이 지역가입자인 것은 물론 저소득층이라는 것은 현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가 얼마나 불합리한지 증명하는 것”이라며 “현재 건강보험료 장기체납자에 대해서는 적극적 결손처분을 통해 정상적인 보험체계로 다시 편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