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권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두텁다. 좀처럼 깨지지 않는다.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이하면서 여성 행장이 생기는 등 ‘여풍(女風)’이 불었지만 ‘반짝’ 스쳐 지나가는 듯하다.
현재 금융권 여성 임원 중 최고위직은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말 그대로 유일무이한 여성 은행장이다. 지난 2013년 12월 내부 승진해 ‘국내 최초 여성 행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지난 3년간 기업은행의 실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임기를 두 달 남긴 현재 연임 여부는 불투명하다.
부행장급 여성 임원을 배출한 은행은 단 5곳. 현재 총 6명의 여성 부행장만 존재한다. 김성미 IBK기업은행 부행장과 박정림 KB국민은행 부행장, 김정원 한국씨티은행 부행장, 유명순 한국씨티은행 수석부행장, 박현주 SC제일은행 부행장, 정순자 광주은행 부행장보 등이다. 외국계인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을 제외하면 여성 부행장은 절반으로 준다. 한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투자은행에선 도이치은행의 박현남 대표가 상징적인 존재다.
6대 금융그룹에 속하는 KEB하나ㆍ신한ㆍNH농협에는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다. KEB하나은행의 임원 19명은 모두 남성이며, 신한은행(17명) 역시 마찬가지다. NH농협은 설립 이래 여성 임원을 한 번도 배출하지 못했다. 정책금융기관과 지방은행에서도 여성 임원을 찾기는 매우 힘들다.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경남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전북은행, 제주은행 등에 여성 임원은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