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신동빈 영장청구 무리… 경영과 수사균형 고려해야”

입력 2016-09-2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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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한 롯데… 日 주주들 벌써 동요ㆍ홀딩스 임원 방한

검찰이 26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재계가 롯데 경영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나섰다. 재계 5위의 롯데그룹 주인이 일본인으로 바뀔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구속영장 청구에 적용된 비리 혐의 등이 100% 구체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이 롯데수사의 화룡점정을 찍기 위한 다소 무리한 판단이란 게 중론이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검찰이 수사 초기 비자금 조성 등 횡령 수백억원과 배임을 포함해 3000억 원 가량의 비리 혐의가 드러났다고 밝혔지만, 이번에 청구된 영장에는 그 절반 수준인 1750억 원이다. 특히 비자금을 정확하게 밝혀내지 못한 상황에서 1750억 원도 무리하게 합친 금액이라는 게 재계 의견이다.

먼저 500억 원 횡령 혐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실제 횡령의 수혜자는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유미씨다. 신 회장이 직접 이득을 취했다고 보기 힘들다.

이에 대해 롯데 고위 관계자는 "과거 절대적 카리스마를 가졌던 신격호 총괄회장이 한 일에 대해 신동빈 회장이 토를 달 수 없었던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며 "롯데 스타일은 이미 재계에서도 평판이 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맥락을 감안하면 신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신 전 부회장과 신유미씨에게 급여를 줬다는 검찰의 주장에 무리가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

신 회장에게 적용된 두번째 배임 혐의는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 총괄회장과 서미경 씨에 롯데시네마 매점 사업권을 몰아줘 회사에 770억 원대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롯데그룹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롯데시네마의 일감몰아주기는 가족들이 행한 과거의 잘못으로 신 회장은 이를 바로 잡기 위해 2013년 가족(신영자, 서미경, 신유미씨) 회사가 운영하던 롯데시네마 매점사업을 모두 직영으로 전환시켰다.

특경법상 배임 혐의에는 롯데피에스넷의 손실을 감추기 위한 유상증자 과정에서 롯데홈쇼핑 등 계열사를 동원해 회사에 470억 원대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도 적용됐다. 롯데피에스넷은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ATM을 공급하는 회사로, 롯데 계열사 3사(코리아세븐, 롯데닷컴, 롯데정보통신)가 약 1/3씩 공동 출자해서 만든 곳이다.

ATM은 출금 기능만 있는 CD기와 달리 입금과 출금이 가능하고, 공과금 납부, 보험가입, 티켓예매 등 복합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세븐일레븐은 향후 은행, 증권사들의 지점 역할을 편의점이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CD기 보다 약 3배 비싼 ATM을 전략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중이다.

세븐일레븐이 2009년 말 기준 2200여 점포에서 2015년 8300여 점포로 약 4배 성장한 만큼 ATM 수요가 많아져 투자액(증자)이 많아진 것인데, 현재 단계에서 미리 손실로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라는 주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롯데의 연간 매출액은 80조 원, 직원수는 10만명에 이르는 5대 그룹으로,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해 창업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며 "3달 넘게 지속된 수사로 주요 경영 현안에 차질을 빚고 있고, 국가경제 및 롯데그룹 경영권 문제 등 수사 외적인 요인도 감안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신 회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하루 앞두고 롯데그룹 내부는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벌써부터 일본 주주들의 동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잇는 가운데 이날 오후 1시께 가와이 가쓰미(河合克美) 일본 롯데홀딩스 상무가 서울 소공동 롯데타워 정책본부를 방문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일본 롯데의 실질적 지주회사로, 가와이 상무는 홀딩스의 홍보 책임자이다. 롯데 관계자는 "가와이 상무가 정책본부 홍보실 임직원과 만나 현재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경제사범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는 사실 자체로 '유죄'가 확실시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3심까지 재판을 받아야 유·무죄를 따질 수 있다는 점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 측은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한 후 법원의 현명한 판단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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