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지주, 우리은행 실질 지배하나

입력 2016-09-28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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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 8% 확보 후 은행장 지명 가능성

한국금융지주가 결국 우리은행의 새 주인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영권을 넘기는 일괄 매각이 아닌 과점주주 분할 매각 방식이나 연말까지 민영화 작업이 완료된 후 우리은행의 이사회는 과점주주에게 완전히 장악된다.

사외이사를 확보해 이사회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한국금융지주가 다른 주주와의 연대를 통해 차기 은행장 자리마저 차지할 것이란 시나리오다.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1명을 비롯해 감사 및 비상임이사까지 총 4명의 우호세력을 이사회 내에 구축하게 된다는 것이다.

28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우리은행은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사외이사진을 현재 6인에서 ‘8인 체제’로 개편한다. 우리은행 인수 지분 4% 이상에 1명의 사외이사 추천권을 부여한 데다 30% 수준에서 지분을 팔기 때문에 사외이사 8명이 신규 선임될 필요가 있다.

이로 인해 현재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정수경 상임감사위원, 이동건 영업지원그룹 집행부행장, 남기명 국내그룹 겸 개인고객본부 집행부행장 등 등기임원 4명으로 구성된 우리은행의 사내이사 수를 은행장과 감사 각각 1명씩 두 자리만 남기고 절반으로 축소한다.

줄어든 두 자리는 사외이사 수를 늘리는 데 쓰인다. 이렇게 되면 전체 11명의 이사진 가운데 사내이사 2명과 비상임이사 1명을 제외한 사외이사 8명이 새로 뽑히면서 과점주주가 이사회를 주도하게 된다.

정부는 민영화 작업이 끝나면 우리은행 경영에서 손을 뗀다는 방침이어서 온전히 민간 자율책임에 맡겨지게 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민간주주들의 지분 총 합계가 정부 보유 지분을 초과하는 것은 민영화를 의미한다”며 “향후 우리은행 경영 전반에 걸쳐 정부가 아닌 민간 과점주주 주도로 경영이 이뤄질 것이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 명동 본점 전경.(사진제공=우리은행)
▲우리은행 명동 본점 전경.(사진제공=우리은행)
◇사외이사, 행추위 구성… 차기 행장 선출 = 사외이사 6명 중 4명이 내년 3월 정기주총까지가 임기여서 지금이 교체 적기다. 다만 2명은 2018년 3월 정기주총까지 임기가 1년 더 남지만 민영화를 최우선에 둔 현 이사진이 민영화 임무를 완수한 만큼 용퇴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오는 12월 임시주총 결의로 취임할 사외이사진이 새로운 최고경영자(CEO) 승계프로그램에 따라 신임 행장을 뽑게 되면 내년 3월 주총과 함께 열릴 이사회에서 승인하면 된다.

우리은행은 정관에 이사의 수를 따로 정해놓지 않고 있어 주총 의결과 이사회 승인만으로 이사 선임이 가능하다. 게다가 이광구 현 행장이 오는 12월 30일로 임기가 만료되면 사내이사는 감사 1명만 남게 돼 사외이사들을 중심으로 행장후보자추천위원회(행추위)가 꾸려진다.

이때 지분 8%를 낙찰 받아 사외이사를 확보한 한국금융지주가 다른 과점주주들을 규합해 우리은행장 자리를 차지하려는 시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한국금융지주가 사내이사인 은행장을 가져가면 감사와 예금보험공사가 추천한 비상무이사를 포함해 이사 4명을 확보, 이사진 내 발언권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다.

한 대형 법무법인의 기업자문 변호사는 “국내 재벌들이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활용해 0%대 소수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실상을 감안할 때 총자산 340조 원이 넘는 상장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 8%는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지주가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본입찰에서 지분 8%를 낙찰 받게 되면 국민연금(5.01%)을 제치고 2대 주주로 올라선다.

금융당국은 잔여 지분(공적자금) 관리 기관으로서 우리은행과의 업무협약(MOU) 등 별도약정을 통해 예보 추천 분을 이사회에 1명 남긴다는 방침이나 민간 주도의 경영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기업 가치와 직접 관련되는 중요 사항에 대해서만 의견을 제시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예보가 단일주체로서 여전히 최대주주의 지위를 보유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민간 과점주주들이 기업가치 제고의 목적 아래 각자 자율성을 갖고 상호 협의하면서 집단적 경영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집단 경영체제인 신한은행의 사례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자료제공=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자료제공=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추후 예보 잔여 지분 21.06%, 추가 매입 가능성 = 한국투자금융은 기존 한국투자증권 중심의 그룹 구조를 은행까지 확대해 사업을 다각화하는 차원에서 최대 8%에 이르는 우리은행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 관점에서가 아닌 실제 은행업 영위를 목적으로 둔 전략적 투자자다.

여기에 국내 토종의 전업금융회사를 인수자로 찾아온 금융당국과 양쪽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또 2000년부터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독려해온 금융당국의 입장에서 볼 때 금융지주사가 우리은행의 주인으로 나서는 것이 모양새가 좋다.

한국투자금융은 내년 초 출범 예정인 인터넷 전문은행 ‘한국카카오뱅크’의 과반이 넘는 지분 54%를 소유한 최대주주로, 은행지주사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따라서 추후 은행법이 개정돼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한국금융지주가 카카오뱅크 보유 지분을 다음카카오에 전량 매각하고 이 자금으로 차후에 진행될 예보의 잔여 지분 21.06%에 대한 매각 절차에 참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국금융지주가 우리은행 지분을 인수할 경우 카카오뱅크와 경쟁 관계에 있는 케이(K)뱅크를 간접 지배하는 등 국내 인터넷 전문은행 시장을 독점하는 문제도 해결된다. 우리은행은 K뱅크의 3대 주주(지분율 10%)다.

원칙적으로 2년인 사외이사 임기가 3년으로 1년 더 연장되는 등 인센티브가 부여되는 기준점인 지분 6%를 추가 확보해 총 지분율을 14%까지 확대할 것이란 예측이다.

유주선 강남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경영진의 전횡을 감시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면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구성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사항은 경영 효율성을 고양시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있다”고 주문했다.

유 교수는 사외이사의 자격과 관련, “전문성이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도 나오듯 금융·회계전문가를 우선시해야 우리은행의 자율 책임경영이 가능해질 것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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