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서울시가 SH공사와 별도로 도시재생사업을 전담하는 개발회사 하나를 더 만들려고 하는 모양이다.
서울시는 2억원을 투입해 6개월간 경제개발공사 설립에 대한 타당성 학술용역을 수행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 중 가동에 들어간다는 복안이다.
경제개발공사는 도시재생사업은 물론 문화·산업시설을 직접 추진하고 시유지 관리와 단지개발·투자유치 등을 중점적으로 수행하게 될 것이라 한다. 현재 이런 업무를 맡고 있는 SH공사는 주택개발에만 전념하는 구도다.
경제개발공사가 생기면 도시재생사업을 비롯해 각종 개발사업이 지금보다 훨씬 활성화될까.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채산성 악화로 사업이 부진한 서울 강북권 노후주택지의 개발 사업이 가능해질지 모른다. 다 헐어내고 아파트를 짓는 전면 재개발 방식이든 아니면 기존 건물을 살리면서 새롭게 단장하는 도시재생 모델을 적용하던 지금보다 주거환경이 개선될 가능성은 크다.
도시재생사업의 개념이 기존 주택을 다 헐어내지 않고 리모델링을 통해 새롭게 단장하는 의미지만 그것도 개발사업의 일종이다. 물론 볼거리와 먹거리 등을 넣어 관광지로 다듬는 나름의 경제 기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이 정도 갖고 경제개발공사라는 새로운 회사를 만들 내용은 아닌 것 같다.
아마 서울시가 경제개발공사를 생각하는 것은 미국 뉴욕시 경제개발공사가 추진하는 부동산 개발에서부터 시 자산 관리, 자금 대출 등 원스톱 서비스 시스템 모델인 모양이다.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로 서울시를 경제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입장인 듯하다.
하지만 이런 사안은 SH공사가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는 내용이다. SH공사가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팀까지 꾸려 개발과 금융을 융합하는 새로운 주택상품을 만들고 있지 않은가.
더욱이 도시재생업무는 대부분이 부동산 개발과 건설 관련 영역이어서 SH공사가 그동안 추진해왔던 업무와 별로 다른 게 없다.
만약 힘이 부친다면 한국주택토지공사(LH공사)도 얼마든지 참여시킬 수도 있는데 굳이 경제개발공사라는 별도 회사를 설립하려고 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SH공사가 임대주택을 많이 확보하기 위한 리츠 모집과 함께 리츠 운용과 임대주택 관리를 맡을 서울투자운용회사까지 만들어 놓았는데 무슨 경제개발공사냐고 의아해 하는 인사가 적지 않다.
서울시가 공사 하나를 만들면 그만큼 일자리가 늘어난다. 물론 퇴직 공무원의 새 직장이 되기도 한다. 사장을 비롯한 높은 직종은 다 낙하산 인사로 채워질 확률이 높다.
퇴직 공무원으로 고위 간부진이 구성되면 회사는 제대로 돌아갈까.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개중에 CEO 역할을 잘 수행한 퇴직 공무원이 없지 않지만 대개는 큰 점수를 얻지 못한다. 별로 하는 일 없이 임기만 채우고 떠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공기업의 부실 덩어리를 해결하기 위해 통·폐합 등 대대적인 개혁이 절실한 마당에 새로운 공기업을 만드는 일은 좀 신중해야 할듯 싶다.
더욱이 위인설관(爲人設官)식 공기업은 절대로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