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 줄이고 고부가 품목 키워라” 주형환 장관 사업재편 요구에 화학업계 술렁

입력 2016-09-2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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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신태현 기자 holjjak@ )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신태현 기자 holjjak@ )

“공급과잉 품목인 테레프탈산(TPA)과 폴리스티렌(PS)은 단기간 설비를 조정하고 합성고무(BR‧SBR), 폴리염화비닐(PVC)은 고부가 품목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8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주요 석유화학업체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공급과잉품목을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업계에 자율적인 사업 재편을 강도높게 주문했다.

이에 따라, 각 업체들은 공급과잉 품목으로 지목된 △TPA △PS △BR‧SBR △PVC 등 4개 품목에 대한 사업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주 장관은 이날 민간컨설팅 보고서를 토대로 “선제적인 사업 재편을 통해 불필요한 군살을 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33개 주요 품목 가운데 공급과잉 상태에 빠진 4개 품목에 대해서는 속도감 있는 사업재편이 수반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민간컨설팅 보고서를 토대로 석유화학 공급과잉 수준과 사업재편 방안이 제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석유화학협회는 4월 석유화학이 경기 민감업종으로 지정되고, 대내외 공급과잉 우려가 계속되자 7월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에 의뢰해 지난 10주간 현황을 점검했다.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진단 및 지속성장 전략(자료제공=석유화학협회)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진단 및 지속성장 전략(자료제공=석유화학협회)

베인앤컴퍼니가 지목한 공급과잉품목 가운데 TPA는 중국 자급률 상승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품목이다. TPA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는 한화종합화학, 삼남석유화학, 태광산업, 롯데케미칼, 효성 등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업체들이 순차적인 설비 가동률 조정, 설비 폐쇄에 나서면서 생산설비 555만 톤 중 95만 톤을 감축했지만, 컨설팅 결과를 보면 TPA는 100만 톤가량 추가 감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PS는 최근 저가 중국산 제품과 경쟁이 최고조에 도달, 마진율이 불과 2%도 채 안 되는 저수익 사업으로 전락했다고 진단, 수출용 생산 설비를 위주로 감축과 고부가 품목 전환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PS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는 롯데첨단소재, LG화학, 금호석화, 한국이네오스, 현대EP다.

베인앤컴퍼니가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언급한 BR‧SBR은 범용제품 설비를 고기능 합성고무(SSBR), 엘라스토머 등 고부가제품 생산설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합성고무를 생산하는 업체는 LG화학과 금호석화다.

또 PVC는 수출 경쟁력은 있으나 중국 시장에서 공급과잉 및 수요정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범용 설비를 클린 PVC 등 고부가 제품 설비로 전환하고 소방법 규제 강화를 통한 난연소재(CPVC) 사용 확대 등 시장 여건을 마련해야 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국내서 PVC를 생산하는 업체는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이 있다.

이번 컨설팅을 의뢰한 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이번에 제시된 방안들은 중간, 최종, 임원 보고 등을 거쳐 최종 결과가 나온 것으로 업계도 공감을 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비공개로 개최된 회의에서 각 사 대표들은 품목을 막론하고 사업재편에 노력 하겠다고 했다”고 언급했다.

실제 간담회 종료 후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은 “제3의 시각(컨설팅 업체)에서 우리 산업을 바라본 것이라서 참신했다”며 “TPA 생산라인을 당장 감축하는 것은 어렵고, 단계적으로 논의한 뒤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옥동 LG화학 사장도 “공급과잉 품목 4개 중 3개가 LG화학 생산 제품”이라며 “해당 품목에 대해 정부 방침에 잘 따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체들이 실제로 적극적인 감산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일부 업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컨설팅이 선제적 대응책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 화학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각 사별로 줄일 수 있는 생산량을 다 줄였는데 또 줄이라고 하니 어떻게 대책을 세워야할 지 모르겠다”며 “이번에 지정된 품목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생산량을 줄여가고 있는 품목들이기 때문에 이번 컨설팅이 사업재편 방향을 제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화학업체 관계자는 “이번 컨설팅 보고서에 따른 감산 계획은 없다”면서 “당장의 감축보다 30일에 발표되는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보고 계획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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