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자력발전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히타치와 도시바 미쓰비시중공업 등 3개사가 내년 봄 원전용 연료사업을 통합하기로 했다고 29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누출 사태 이후 일본에서 원전 가동은 거의 중지된 상태다. 일본에는 40기 이상의 원전이 있지만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규슈전력의 센다이원전 1,2호기와 시코쿠전력의 이카 원전 3호기 등 3기에 그치고 있다.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안전 심사를 엄격히 진행하고 있어 재가동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에 경영 부진이 지속된 이들 3사는 통합을 통한 비용 절감으로 경영 기반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을 목표로 하는데 한국과 중국 등 신흥 원자로 업체와 상대하려면 원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즉 생존을 건 ‘재편의 시대’에 돌입한 것이라고 신문은 풀이했다.
도시바는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자회사로 두고 히타치는 지난 2007년 제너럴일렉트릭(GE)과 원전 사업을 통합해 원자로 건설 분야에서 세계 일류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또 이들은 일본 내 원전에서 쓰이는 모든 원료를 공급하는 체제를 갖추고 전력회사의 설비 수요에 부응해왔다. 그러나 일본 원전 재가동이 진행되지 않아 적자가 계속됐다. 이에 이들 3사는 개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기존 체제를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통합을 추진하게 됐다. 3사가 3분의 1씩 출자해 새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연료 부문을 산하에 넣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통합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이 이미 진행 중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원전 연료를 다루는 미쓰비시원자연료의 출자 비율을 최근 35%에서 95%로 끌어올렸다. 히타치와 GE 등이 출자한 원전 연료 업체 미국 글로벌뉴클리어퓨얼(GNF)의 일본 자회사는 히타치가 절반 이상을 출자하는 체제로 전환됐다. 모두 도시바는 웨스팅하우스를 통해 과반 지분을 갖고 있는 원자연료공업에 직접 출자할 계획이다.
독일 등 탈원전을 내세우는 국가도 있지만 영국과 중국 인도 등 원전 신설을 추진하는 지역도 적지 않다. 일본 업계는 연료 분야에 이어 원자로 분야도 통합이 이뤄지면 세계시장에서 더욱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