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시 31회 중에서 현직 차관은 이정섭 환경부 차관이 유일하다. 동기 중 최고위직이다. 충남 보령 출신으로 오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행정학 석사를 받은 이 차관은 2002년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에 근무하다 환경부로 옮겼다. 이후 국토환경정책과장, 환경보건정책과장, 물환경정책국장, 청와대 기후환경비서관 등으로 일하면서 ‘4대강 수질개선 사업’, ‘온실가스 감축’,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 등 굵직굵직한 대책을 도맡으며 탁월한 업무 능력으로 승진 가도를 달렸다.
행시 31회 중 가장 먼저 차관을 단 이는 지난 6월 퇴임한 황부기 전 통일부 차관이다. 통일부 장관 비서관, 정책기획과장, 기획조정실장 등 통일부 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고 개성공단 내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 초대 소장을 맡았다. 2008년에는 남북 최대 이슈였던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조사를 맡기도 했다.
차관보급 중에서는 기획재정부의 이찬우 차관보와 송인창 국제경제관리관이 행시 31회다. 경제정책국, 정책조정국, 미래경제전략국 등을 지휘하며 굵직한 경제 정책을 만들고 있는 이 차관보는 경제·경영학 전공과 재경직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기재부에서 정치학 전공에 일반행정직 출신으로 경제 전반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정책조정 능력을 겸비한 케이스다.
행시 31회 수석 합격자인 송 차관보는 국제금융과 경제 이슈에 탁월한 식견을 지닌 국제금융 분야 전문가로 국제금융정책국, 국제금융협력국, 대외경제국을 이끌고 있다. 해박한 업무 지식과 치밀한 추진 능력으로 해결 능력이 탁월하고, 소탈하고 겸손한 성격으로 다양한 글로벌 인적네트워크를 보유했다. 매년 기재부 직원들이 뽑는 ‘닮고 싶은 상사’에 총 3회 선정돼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술을 잘하고 축구, 농구 등 스포츠에도 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라 살림을 총괄하는 박춘섭 기재부 예산실장은 걸어다니는 ‘예산 백과사전’이라 불리는 ‘예산통’이다. 충북 단양 출생으로 대전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했으며, 예산총괄과장, 국회 예결위 파견, 경제예산심의관, 예산총괄심의관 등을 역임했다. 일 처리는 꼼꼼하지만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온화한 성격으로 직원들과의 관계는 물론, 대변인까지 지내 대언론 관계도 탁월하다.
지난 7월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으로 임명된 한명진 전 조세총괄정책관, 정무경 대변인도 31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산업과 무역·통상정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서 31회는 주요 정책을 총괄하는 요직에 포진돼 있다. 산업부 31회 최고위직인 이인호 통상차관보는 코트라외국인투자지원센터, 주미합중국대사관 공사참사관, 정책기획관, 창의산업정책관, 무역투자실장 등을 거쳤으며, 뛰어난 순발력·친화력에 시야가 넓고 복잡한 현안에 대한 조정 능력도 탁월하다는 평가다.
이 차관보와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인 박원주 청와대 산업통상자원비서관도 산업자원부 디자인브랜드 과장과 장관비서관, 지식경제부 산업경제정책관, 산업부 대변인과 기획조정실장, 산업정책실장을 두루 역임했다. 대선 직후인 2013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에서 파견 근무한 적이 있다. 꼼꼼한 일처리와 넓은 식견, 박학다식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업부 현직 1급으로는 박일준 기획조정실장, 김학도 통상교섭실장 등도 31회다.
국토교통부에서는 지난 2014년 1급 실장으로 전진 배치됐던 31회 동기 3인방 중 손태락 실장이 주택토지실장을 거쳐 국토도시실장으로 현직에서 뛰고 있다. 맹성규 준 교통물류실장과 도태호 전 기획조정실장은 각각 최근 경기 수원시와 강원도 경제부시장으로 나란히 영입됐다.
행정자치부 31회 출신으로는 전성태 행정자치부 창조정부조직실장, 김일재 전라북도 행정부지사, 류순현 경남도 행정부지사, 박제국 인사혁신처 차장 등이 있다. ‘경제검찰’ 공정위에는 김석호 공정위 상임위원, 김성하 공정위 상임위원, 신영선 사무처장, 장덕진 소비자정책국장 등이 있다.
이밖에도 국무조정실에서는 이철우 정부업무평가실장이 정책평가의 실무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 초대 사무총장이 된 정종기 전 기획조정실장, 민원기 미래창조과학부 기획조정실장, 권덕철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등도 31회 출신 현직 1급이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법제연구원의 이익현 원장도 행시 31회 출신이다. 법제처 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해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관, 법제처 경제법제국장, 법제처 법제지원단장, 법제처 법령해석정보국장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