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속 세상읽기] 몸에 좋은 ‘김영란법’, 명현도 치료 과정이다

입력 2016-09-2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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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로 가득한 우리나라는 ‘클린 코리아’로 거듭날 수 있을까? 공직자와 언론인, 교직원들의 부정청탁과 뇌물수수를 막는 일명 ‘김영란법’이 어제(28일)부터 시행됐어.

첫날 풍경? 생각보다 잠잠했데.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다짐 덕(?)인지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 인근 식당엔 밥값을 나눠 내는 손님이 많았다고 하네. 국회와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도 오랜만에 사람들로 북적였고 말이야. 여전히 일각에선 “언론ㆍ사학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지만, SNS 세상 속은 기대감이 충만해.

“자기 먹은 거 자기가 내면 될 일이다. 이 당연한 법칙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지난 4년간 그 호들갑을 떨어왔다.” (트위터 아이디 slow)

“법 하나로 사회 전체가 우왕좌왕. 지금껏 자기 돈으로 밥 먹고, 술 마셨던 사람들이 얼마나 적었단 건가. 그 와중에 또 꼼수라니….” (트위터 아이디 john)

우리나라가 얼마나 깨끗하다고 생각해? 얼마 전 권익위원회에서 부정ㆍ부패 인식조사를 해봤는데 말이야. 10명 중 6명이 “구리다”고 응답했데. “민중은 개ㆍ돼지”라고 말한 고위공직자, 잘 써주는(?) 대가로 2억 원의 향응을 받은 유명 언론인.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내부자들 실사판’을 보면서 이런 감상평 적는 거? 당연해.

그런데 말이야. 보통사람들도 한편으론 걱정이 많은가 봐. ‘김영란법’ 때문에 먹고살기 더 어려워진다고 하니까. SNS 속 세상을 좀 더 들여다볼까?

“식당 알바 잘렸다. 주인이 김영란법 때문에 인건비 줄여야 한다더라. 법 피해자가 된 느낌.”(네이버 아이디 poob)

11조6000억 원+α. 얼마 전 한국경제연구원에서 따져본 ‘김영란법’의 경제적 손실이야.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1500조 원)의 0.8%나 돼. 구조조정 한파에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더해져 한 푼이 아쉬운 요즘, 부담스러운 돈이지.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인데 우리끼리 갑론을박해 봐야 무슨 소용이겠어. 먼저 매 맞은 이웃 나라 이야기 좀 들어볼까? 미국은 닉슨 대통령이 연루된 ‘워터게이트 사건’을 계기로 1978년 ‘정부 윤리법’이 제정됐는데, 법 시행과 동시에 소비자 기대지수(앞으로 6개월 후의 소비자 동향을 나타내는 지수)가 급락했어. 2000년 ‘국가 공무원 윤리법’을 도입한 일본과 2001년 ‘뇌물방지법’을 제정한 영국 역시 비슷한 길을 걸었고.

그런데 말이야. 세 국가 모두 수개월 만에 안정을 되찾았대. 대내외 변수가 많아 직접적 연관성을 따지긴 어렵지만 반부패법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거야. 지난해 뇌물수수 처벌을 강화한 독일은 발효 시점 이후 소비자심리지수가 되레 상승하고 있다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청렴도 상위권’ 타이틀의 경제적 가치를 고려하면 손실이 아니라 이득 아닐까?

약을 먹다 보면 말이야. 예기치 않은 반응들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어. 입덧이 심해 약탕을 먹었는데 구토가 심해지는 것처럼 말이야. 이를 한의학에선 ‘명현(瞑眩)’이라고 하는데, 일부 의사들은 이를 치료 과정이라고 여긴대. 만약 ‘김영란법’으로 인해 정말 내수가 위축된다면 ‘건강한 대한민국’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명현현상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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