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1위 스마트폰업체라는 영광을 얻었던 블랙베리가 노키아에 이어 쓸쓸히 퇴장하게 됐다.
블랙베리는 28일(현지시간) 더는 스마트폰을 설계, 생산하지 않고 소프트웨어 서비스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선언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자체적으로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대신 블랙베리는 아웃소싱과 라이선스 파트너십으로 전환했다. 인도네시아 최대 통신업체 텔콤셀 자회사인 티아이폰과 ‘BB 메라 푸티’로 불리는 새 합작사를 세운다고 블랙베리는 밝혔다. 새 합작사는 블랙베리폰의 인도네시아 판매를 전담한다. 생산도 인도네시아 내에서 이뤄진다.
이는 이미 예상된 움직임이었다고 WSJ는 전했다. 존 첸 블랙베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블랙베리폰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암시해왔다. 현재 블랙베리는 삼성전자와 애플에 치여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1% 밑으로 떨어진 상태다. 그러나 첸 CEO는 느린 성장세를 보이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사업만으로도 회사를 살릴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할 압박을 받게 됐다.
투자자들은 블랙베리의 이런 결정을 환영했다. 나스닥거래소에서 블랙베리 주가는 이날 4.6% 급등했다. 첸 CEO는 기자들에게 “아웃소싱은 기기사업의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회사의 전환은 이미 이뤄졌다. 우리는 성장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베리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지난 8월 마감한 회계 2분기 매출이 3억3400만 달러(약 3667억 원), 순손실은 3억7200만 달러를 각각 기록했으며 구조조정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손익분기점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앞으로 주력으로 삼겠다고 밝힌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부문 매출은 1억5600만 달러로, 전년보다 배 이상의 성장을 보였다. 그러나 이는 전분기의 1억6600만 달러에서는 감소한 것이다.
약 10년 전 블랙베리는 시가총액이 830억 달러에 달해 캐나다 1위에 올랐으나 현재는 41억 달러에 불과하다. 종업원 수는 정점에 이르렀던 2011 회계연도의 1만7000명에서 현재 5000명 미만으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