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영향 배제해도 4분기 이후 소비절벽” - IBK투자증권

입력 2016-09-30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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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분기 이후 내수경기가 급격한 위축을 보일 것이라는 증권가 분석이 나왔다. 소비위축 우려요인으로 꼽히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영향을 배제하더라도 각종 경제지표에서 나타나는 가계의 소비여력 감소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정용택ㆍ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30일 올해 상반기 3%대를 기록했던 소비증가율은 4분기 1.8% 내외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정부 기여를 제외한 민간소비는 더 낮아 올해 상반기 2.7%에서 4분기에는 1.6%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들 연구원은 최근 시행된 김영란법이 4분기 소비증가율 둔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법이 실생활에 적용될 때 나타날 수 있는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고 시행초기 ‘시범케이스’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관련 소비활동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들은 “김영란법이 4분기 소비둔화를 설명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로 언급될 수는 있지만 중요한 동인이나 지속적인 악재로 보긴 어렵다”며 “시행초기 혼란과 소비 회피는 향후 판례가 축적되고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소멸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더 본질적인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며 “소비경기가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것은 여러 이유로 소비여력이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있다는 점과 우리나라 가계가 체감하고 있는 경기가 지표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불안하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본질적인 소비부진 요인으로 ‘가계부채 부담 증가’와 ‘가계소득 감소’를 들었다. 현 정부 들어 이뤄진 대출규제 완화 등으로 가계부채는 빠르게 늘어난 반면 지난 정부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던 가계자금 잉여는 뚜렷한 하락추세를 보였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 같은 추세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가계의 소비여력이 훨씬 더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고 지적도 이어졌다. 정용택∙박옥희 연구원은 “가계소득이 증가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러한 우려는 아직 실물지표로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최근까지 발표된 소비자기대지수를 보면 당사자들(가계)은 이미 체감적으로 분명하게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들 연구원은 정부와 중앙은행의 가계부채 조정 움직임이 소비부진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은 보고서에 “소득이 감소하는 국면에서는 부채 축소로 인한 소비위축의 강도가 더 강할 것이다. 내년 소비 증가율을 전망함에 있어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라며 “신중한 통화정책이 요구되는 이유”라고 적었다.

아울러 보고서는 체감경기에 대한 면밀한 체크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곁들였다. 지표상 물가는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큼 낮은 수준이지만 가계는 저물가를 거의 체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소비재 중심으로 구성된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불경기에도 줄일 수 없는 주거비, 교육비, 의료비, 교통통신비 등의 항목 비중이 매우 작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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