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방한한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디지털경제부 장관은 네이버를 어느 곳보다 먼저 찾았다. 서울 역삼동 디캠프(D.CAMP)에서 네이버 수뇌진을 만난 펠르랭 장관은 양국 간 스타트업 육성 협력과 관련한 다양한 논의를 하고 힘을 모으기로 약속했다. 1년도 채 안 된 지금, 스타트업 투자기업인 코렐리아캐피털 대표로 변신한 펠르랭 전 장관은 네이버와 그의 두 번째 도전을 함께 하기로 했다.
30일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펠르랭 대표는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설립한 코렐리아캐피털의 유럽 투자펀드 ‘K-펀드 1’에 네이버와 라인이 첫 출자 기업으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네이버와 자회사 라인의 출자 금액은 각각 5000만 유로로, 총 규모는 1억 유로(약 1230억 원)다.
한국계 입양인 출신인 펠르랭 대표는 디지털경제부 장관, 문화부 장관 등 프랑스 정부 고위직을 두루 역임하면서 ‘프렌치테크’로 대표되는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주도한 인물이다. 8월 공직에서 사임한 뒤 프랑스에 유럽 스타트업 투자를 지원하는 회사 설립 계획을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현재 유럽은 디지털 단일 시장 전략을 통해 스타트업의 새로운 중심지로 급부상하는 등 전 세계 IT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펠르랭 대표는 “아시아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또 다른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네이버와 라인은 코렐리아캐피털이 가장 먼저 고려한 파트너”라며 “앞으로 네이버·라인과 함께 유럽에 대한 자금 투자를 넘어, 아시아 IT기업과 유럽 IT기업 간 큰 시너지를 낼 기회를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투자는 네이버 측이 먼저 제안해 성사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라인 상장 이후 글로벌 시장 확대를 고민하고 있었다”면서 “마침 네이버와 좋은 인연을 맺은 펠르랭 대표가 스타트업 투자펀드를 조성한다는 소식을 듣고 투자를 제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는 이 의장의 유럽 시장 공략 의지와 궤를 같이하는 흐름이다. 이 의장은 7월 라인의 글로벌 상장 간담회에서 유럽 시장을 통해 제2의 라인을 키우기 위한 기술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네이버는 ‘K-펀드 1’을 통해 기술과 사업 분야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기업을 발굴, 현지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