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CIO에게 듣는다] “투자에 가장 중요한 건 리스크 대비 수익률”

입력 2016-10-0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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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연금공단 박민호 자금운용단장

▲사학연금공단 박민호 자금운용단장.
▲사학연금공단 박민호 자금운용단장.

박민호 사학연금공단 자금운용관리단장(CIO)은 “미국이 12월 이전에 금리를 인상하면 금융시장에 충격이 다소 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단장이 9월 12일 서울 여의도동 공단 서울지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대체투자(AI)와 해외쪽 투자 비중을 늘려 투자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진행해 나가는 한편 수익률 제고에도 만전을 기할 계획입니다.”

13조 원의 사학연금 금융자산 운용 자금을 총괄하는 박민호(53) 자금운용단장(CIO)은 향후 비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사학연금 같은 연금 자금은 법적으로 무조건 가입해야 하는 공적연금이다. 사립학교 교직원의 연금을 관리하는 고객 주체가 평균 20~30년 이상 장기 재직하는 특성이 짙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인 셈이다.

박 단장은 “10년 전 저위험 저수익 구조의 자산운용 스타일이 최근엔 연평균 4% 내외를 추구하는 중위험 중수익 스타일로 변화하고 있다”며 “위험자산을 무턱대고 늘릴 수 없지만, 워낙 저금리이기 때문에 수익률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대체투자와 해외 쪽 자산을 적절히 분산투자하는 것이 최근 연기금 투자 트렌드”라고 밝혔다.

실제 박 단장이 CIO로 취임한 3년 전 전체 자산에서 13%에 달한 대체, 해외투자 비중은 현재 16%까지 늘어났다.

박 단장 취임 이후 3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해외투자의 비중이 두드러졌으나 올해는 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가 활발했다.

사학연금은 올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도심의 4성급 호텔인 웨스틴 세인트 프랜시스(The Westin St Francis) 호텔을 싱가포르 국영투자회사인 테마섹과 공동으로 인수했다. 총 1억7700만 달러에 달하는 인수대금 중 사학연금은 7700만 달러 규모를 투자했다. 이 밖에도 총 3억 달러의 해외 투자전용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해 부동산, 인프라, 사모펀드(PE)에 각각 1억 달러씩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하반기 들어서도 사학연금의 대체투자와 해외투자 행보는 거침 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다만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로 대체투자 자산들 역시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섹터별 투자 전략도 중요하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박 단장은 “전략적인 트렌드는 변하지 않겠지만, 대체투자 측면에서도 우량투자 건을 잘 발굴하는 게 현재 가장 큰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사학연금을 비롯해 대부분 연기금들이 해외 투자를 늘리는 행보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무래도 공통된 이슈가 국내 시장의 저성장,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이기 때문이다. 운용하는 입장에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쪽으로 시각을 넓힐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박 단장은 “결과적으로 기금 규모가 커지고 있는데 국내 시장의 노출도 확대에 따른 리스크가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를 완화하기 위해 다른 연기금들도 해외 투자를 확대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사학연금의 대체투자 향후 전략에 대해 그는 “큰 틀에서 대체투자를 늘리고, 특히 지역적 해외 대체투자 비중을 높여 갈 것”이라며 “섹터별 균형 분산투자와 함께 그간 미국, 유럽 등 선진국 톱티어 주요 도시 부동산 위주로 진행하던 대체투자 부문을 블라인드형으로 비중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블라인형 펀드의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운용사들의 평판이나 능력이 절대적이다. 박 단장은 “블라인드형 비중 확대와 더불어 선진국 위주에서 아시아, 이머징마켓 위주로도 투자를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사학연금은 효율적인 대체투자를 위해 지난해에 해외대체투자팀을 분리, 신설했다. 국내 대체투자와 인프라투자는 신성장투자팀이 맡고, 해외부동산 투자는 해외대체팀이 담당한다.

사학연금 전체 운용인력 35명 가운데, 국내외 대체투자 인력만 11명에 달한다. 전체 3분의 1에 달하는 운용인력들이 대체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향후 시장 변수에 대해 박 단장은 미국 금리 인상 시기와 11월 미국 대선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 금리인상은 속도와 폭이 중요한데, 시장 예상대로 12월에만 금리인상이 이뤄질 경우 시장이 이미 가격 반영 등을 해 큰 충격이 없겠다”며 “금리가 올라가면 유동성이 축소돼 그간 오버밸류 된 자산들도 조정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괸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해는 원자재가격 회복 등 이머징마켓이 좋았기 때문에 이 같은 여파로 한국 시장도 어느 정도 수혜를 입었다는 판단이다.

박 단장은 “올해는 유가 안정을 비롯해 원자재 가격 반등 수혜를 봤다. 그간 선진국과 너무 벌어진 이머징마켓 가격 갭이 정상화하는 추세가 뚜렷했다”며 “국내 증시의 경우 그간 중소형주가 주춤하고 대형주 위주의 아웃퍼폼이 두드러졌는데 일부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인수합병(M&A)시장이 뜨거워지면서 연기금, 공제회 역할이 커지는 추세에 대해 그는 “결국 대체투자의 중요도가 계속 높아지는 것 같다”며 “프로젝트 건이든, 블라인드 투자 건이든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건 관련 자산의 가치, 리스크 대비 수익률”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그는 연기금들이 국가와 사회적 역할이 커지는 만큼 확고한 투자 원칙 등 중장기적인 시스템 구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황에 따른 단기적 변화보다는 안정적으로 장기 자금을 굴리는 연기금 투자 특성상 적절한 자산배분, 시스템,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다.

박 단장은 “주어진 여건에서 효율적인 조직 관리 등도 늘 고민”이라며 “기대수익이 높아질수록 리스크테이킹 할 수밖에 없지만, 본질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따른 자산배분, 해외, 대체투자 부문 인력의 전문성 관리, 공동투자 등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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