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석은 지난 2012년 11월 당 총서기에 취임하고 나서 강력한 부정부패 척결 운동을 주도하면서 덩샤오핑 이후 처음으로 사실상의 1인 지도체제를 확립했으며 심지어 마오쩌둥 이후 가장 강력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그가 10년 임기라는 불문율을 지키고 후계자에게 자리를 물려줄지 아니면 15년 또는 20년 장기집권을 시도할지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내년 당대회다. 중국은 민주적인 선거제도는 없지만 5년마다 치러지는 당대회를 통해 엘리트 계층에서의 권력 이동은 비교적 원만하게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이번 당대회에서 차기 지도부가 될 인사들이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라 5년간의 검증기간을 거치고 그 다음 당대회에서 당 총서기로 오르는 방식이다. 당 총서기는 국가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과 더불어 중국 최고 지도자가 가진 3가지 주요 직책 중 하나다. 시 주석 자신도 지난 2007년 제17차 당대회에서 상무위원에 올랐으며 2012년 열린 18차 대회에서 당 총서기에 등극해 시진핑 시대의 막을 열었다. 그러나 아직 시진핑의 후계자가 될 만한 인물이 떠오르지 않고 있다. 후춘화 광둥성 서기와 쑨정차이 충칭시 서기 등이 후계자 후보로 거론됐지만 지금은 잠잠한 분위기다.
그런 가운데 AFP통신은 중국 지도부들이 베이다이허에서 비밀회의를 열었던 지난 8월 초 시 주석이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 이후에도 총서기직을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통신은 시 주석의 오른팔이자 부패 운동을 책임지는 왕치산 당 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의 상무위원 연임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칠상팔하(七上八下)’라는 원칙에 따라 상무위원이 67세이면 유임하고 68세는 퇴임해야 한다. 이런 원칙을 따르자면 내년 당대회에서는 7명의 상무위원 중 현재 63세인 시진핑과 61세인 리커창 총리를 제외한 5명이 은퇴해야 한다. 그러나 왕치산에 이르러 이런 원칙이 깨지면 시진핑도 권력을 계속 쥐고 있을 명분이 생긴다는 것이다. 부정부패 척결, 경제개혁 등 집권연장을 정당화할 이유도 있다.
외교 소식통들은 시 주석이 이미 19차 당대회를 염두에 두고 올해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시진핑과 한때 주석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리커창 현 총리의 계파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올해 중국 정부가 공청단에 배정한 예산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3억627만 위안(약 506억 원)으로 삭감됐다. 당 중앙위원회 판공청은 8월 초 공청단 지방과 하부조직을 강화하는 대신 중앙조직을 축소하는 개혁안을 발표했다. 중앙정계에서 권력다툼을 하는 대신 지방에서 뛰라고 공청단을 압박한 셈이다.
올여름 지방정부 인사에서는 공청단 출신인 장시성의 창웨이와 산시성의 왕루이린, 장쑤성의 뤄즈쥔 등 지방 당서기 3명이 은퇴하거나 한직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문위원회 부주임으로 밀려난 가운데 시 주석이 저장성 서기 시절 함께 일했던 이른바 ‘저장방’ 인맥이 대거 부상했다. 라창 장쑤성 서기와 류치 장시성 성장, 러우양성 산시성 성장 등 시 주석이 저장성 서기였을 때 함께 일했던 인사들이 승진 명단에 대거 올랐다.
내년 당대회에서 시 주석이 기존의 불문율과 원칙 등을 깨고 장기집권 시도를 하면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경제에 새로운 혼란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과연 시진핑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