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나리오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면서 최근 ‘블루 캠퍼스’라는 시나리오·웹툰 작가 사내 육성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응모 단계에서만 150명 이상이 참여해 웹툰의 높은 관심을 다시 실감했죠.” 조승진<사진> 미스터블루 대표이사의 얘기다.
미스터블루 7층 집무실에서 만난 조 대표는 “지금까지 3차례 웹툰 공모전을 실시했고 이를 통해 작가들이 데뷔했습니다”라며 “우수한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계속 높아지면서 ‘아예 회사 내부에서 직접 육성을 하는 것은 어떨까’란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블루캠퍼스 소속 20여 명의 시나리오와 그림 작가 지망생들은 매달 전문 웹툰작가들로부터 평가를 받는다. 3개월 정도 평가가 이어진 후 최종적으로 정식 작가 타이틀을 받게 된다. 무협작가로 유명한 야설록이 시나리오 자문·검수를 맡아 작품의 질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YG와 SM엔터테인먼트 등이 아이돌 그룹을 만들고자 연습생을 키우잖아요. 이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블루캠퍼스를 통해 조석 등과 같은 유명 작가를 만들어 내는 게 목표입니다.”
코스닥 시장이 올해 20번째 생일을 맞은 가운데, 미스터블루는 의미가 큰 기업이다. 그동안 코스닥 시장은 제조업과 IT, 바이오 등 일부 사업군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최근 K한류 열풍을 타고 연예와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종목 상장도 늘었지만, 웹툰 관련 기업 상장은 미스터블루가 최초다.
“웹툰 기업으로 최초 상장이었지만, 추진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웹툰 산업의 성장성을 투자자들이 높게 봐 주신 덕분이죠. 첫 상장사인 만큼 안정적인 성장과 함께 다른 업체들에 모범을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조 대표는 연세대학교 요업공학과를 나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을 거친 공학도다. 그는 컴퓨터 이용 공학과 지원설계 업무를 하던 중 온라인 만화의 성장성에 주목했다.
“평소 만화에 관심이 많아 업계 종사자 및 기성 작가들을 자주 만났습니다. 그러던 중 인터넷이 보편화되면 온라인 만화 사업이 성장할 것이란 확신을 얻었죠. 만화방에 가지 않아도 편하게 작품을 즐길 수 있지 않습니까. 마침 플랫폼 기술을 갖고 있어 사업을 결심했습니다.”
이렇게 2002년 11월 탄생한 미스터블루는 2003년 1월 상호명과 동일한 만화 포털사이트인 ‘미스터블루’를 정식 오픈해 올해로 14년째 운영 중이다. 출판만화를 가공한 디지털만화콘텐츠 서비스와 온라인 만화콘텐츠 제작 및 유통, 만화출판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스팩과 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했다.
회원 충성도가 높다는 점이 강점이다. 회원의 72% 이상은 경제력을 가진 30~40대며 매출 기여도가 높은 3년 이상 장기 고객도 56%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여성층 고객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미스터블루의 구매 금액별 남녀 비율에서 여성이 59%에 달한다. 지난 2월에는 일본의 SB크리에이티브사가 유통하는 일본 순정 라이트노벨 100작품을 국내에서 4년간 온라인으로 유통할 권리를 취득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웹툰을 새롭게 선보인 이후 회원 가입수도 급격히 늘고 있다. 그동안 매달 1만5000명 정도의 신규가입자가 있었는데, 웹툰을 시작한 이후에는 지난 6월까지 월 10만 명 정도로 신규 가입자가 폭증했다. 현재도 매달 6~7만 명 정도가 미스터블루의 새로운 회원으로 등록하고 있다.
조 대표는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과 중국, 대만, 동남아시아 등은 K팝과 K드라마에 이어 ‘웹툰 한류’가 부는 까닭이다.
지난달 초 미스터블루는 중국의 인기 만화 앱 ‘대각충’과 중국의 3대 커뮤니티서비스 ‘바이두티에바’에 자사의 웹툰 콘텐츠 45개 작품을 공급하고 유료판매에 대한 수익을 공동 배분키로 했다.
이로써 미스터블루는 지난 3월 심천518 애니메이션에 3편의 웹툰 공급과 파생 관련 협업에 이어 중국 내 콘텐츠 유료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최근 중국의 콘텐츠 사업은 모바일 산업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고 성장세를 달성하고 있습니다. K웹툰의 저력을 확산할 수 있는 차별화된 시나리오와 콘텐츠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중국진출 사례로 남겠습니다.”
신규 게임사업 역시 하반기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야다. 미스터블루는 지난 4월 엔비어스 소유의 온라인게임 ‘에오스’를 인수하고 개발인력을 흡수해 게임사업에 진출했다. 게임 콘텐츠와 이용자 환경(UI) 등에 대한 개편 업무에 착수했고, 이번 달 오픈할 계획이다.
조 대표가 게임 산업에 눈을 돌린 이유는 만화와의 시너지를 긍정적으로 내다봤기 때문. “게임과 만화를 좋아하는 분들이 상당수 겹치고, 만화 IP를 통한 게임 개발 성공 사례가 많습니다. 특히 지금까지는 주로 게임 개발사가 만화 IP를 라이선싱했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죠. 우리는 만화 IP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로서 게임 역량을 결합하면 큰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조승진 대표는 최근 부진한 주가에 대해서도 한마디 던졌다. 그는 “주가 부양은 항상 고민하고 있다”며 “회사가 약속한 것들을 지키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면 시장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만화산업 시장이 아직 1조 원이 안 되고, 거기에 종사하는 회사는 8500개 정도로 영세합니다. 시장에서 볼 때 답답해 보일 수 있지만 콘텐츠 비즈니스는 한번 자리를 잡으면 눈덩이처럼 성장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지켜봐 주시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