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여파…제약ㆍ바이오株 재평가 "현실성 있는 접근 필요"

입력 2016-10-0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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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의 ‘늑장공시’ 사태로 인해 시장에서 제약·바이오주가 재평가되고 있다. 막연히 미래의 가치에 투자하는 성향이 짙었던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해 현실성 있는 투자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오후 3시 23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7.28% 하락한 47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주가가 18.06% 급락했다.

한미약품은 호재성 공시로 주가가 상승하는 도중에 악재성 공시를 시간차로 내놓아 투자자의 손실을 키웠다.

이 회사는 지난달 29일 전일 한미약품은 미국 제넨텍과 세포 내 신호전달을 매개하는 미토겐 활성화 단백질 키나아제 중의 하나인 RAF를 억제하는 경구용 표적 항암제 HM95573에 대한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해 계약금 8000만 달러와 마일스톤 8억3000만 달러를 받는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튿날인 30일에는 개장 30분 후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작년 7월 맺었던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한미약품 주가는 전일 호재성 공시로 개장 초 오름세를 보였으나 갑작스러운 악재 공시에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오며 투자자들의 손실을 키웠다. 개장 직후 5%대 상승률을 보일 때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면 최대 24%가량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한미약품 사태의 불똥은 제약·바이오주로 튀었다. 유가증권시장 의약품 지수는 이날 전거래일 대비 2.23%(205.94) 하락한 9040.43로 떨어졌다.

증권업계에서는 제약·바이오 업종의 재평가가 진행되며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자들이 제약·바이오 회사들이 내놓았던 신약 및 기술에 대해 미래 가치가 아닌 실적 등 현실적인 가치에 기반해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근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한미약품 기술 권리 반환에 따라 공격적으로 평가했던 기존 계약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시각으로 전향했다”며 “다른 신약 개발 업체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최근 한미약품의 기술 계약 해지로 신약 개발의 어려움을 다시 한 번 알게 됐다”며 “미국바이오협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모든 의약품 후보 물질의 임상 1상부터 품목 승인까지의 성공률은 9.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기 보다는 현실에 기반한 투자 관점을 가져야 한다”며 “국내 업체의 연구 개발 역량이 높아진 건 분명하기에 좀 더 긴 호흡으로 냉정히 접근할 때”라고 덧붙였다.

김태희 현대증권 연구원 역시 “신약 개발에 있어서 임상 실패리스크는 항시 존재하지만, 올무티닙 계약 규모가 8000억 원을 상회했고 빠른 임상속도로 기대가 컸던 터라 제약·바이오업종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는 불가피해 보인다”며 “당분간 신약 개발주보다는 실적주 중심의 투자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다만 제약·바이오 업종이 실질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어 향후 주가 하락은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8월 의약품 판매액은 1조109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성장을 이어갔다. 또한 8월 의약품 수출액은 2억6727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5% 증가한 수치다.

김태희 연구원은 “주가 하락이 진정되면 낙폭과대 및 중장기 투자 관점에서 레고켐바이오와 큐리언트, 제넥 신, 아이진 등 신약 개발업체에 다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각 업체마다 1~2품목의 기술수출 모멘텀을 기대할 수 있으며 한미약품의 임상실패가 이들 업체의 기술수출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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