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한미약품, 공매도 덫에 빠지다

입력 2016-10-0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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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미약품)
(출처= 한미약품)

“공매도는 개미지옥이다.”

오늘(4일) 한 증권포탈 토론방에 오른 글입니다. 한미약품 투자자가 쓴 건데요. 공매도 세력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수백만 원을 잃었다며 잔뜩 뿔이 났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연휴를 앞둔 지난달 30일, ‘바이오 대장주’ 한미약품이 공시를 하나 냈습니다. 지난해 7월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맺었던 8500억 원 규모의 항암제 기술 계약이 해지됐다는 내용이었죠. 기관과 외국인은 곧바로 투매물량을 쏟아냈습니다. 62만 원을 넘나들던 주가는 50만 원까지 미끄러졌고, 시가총액은 1조 원이나 증발했습니다. 하루 전 미국의 제약사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는 호재성 공시를 보고 장 초반 ‘사자’에 나선 개미들은 불과 반나절 만에 투자금의 4분의 1을 날렸죠. 매도 타이밍을 놓쳤다면 오늘도 7%가 넘는 손실을 봤을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악재성 공시가 난 바로 그날, 한미약품 차트에 이상한 점이 포착됐습니다. 공매도 거래량이 평소보다(일 평균 4850주) 21배나 급증한 겁니다. 한미약품이 상장된 2010년 7월 이후 최대치인데요. 금액으로 따지면 616억 원에 달합니다. 만약 공매도 세력이 최고가에 팔고, 최저가에 주식을 되샀다면 1주당 15만2000원의 차익을 챙겼을 겁니다. 23%가 넘는 수익률이죠. 개미들 지갑에서 나간 돈과 같습니다.

(출처= 한미약품 ㆍ동부증권 리서치센터)
(출처= 한미약품 ㆍ동부증권 리서치센터)

공매도(空賣渡)는 말 그대로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매도주문을 넣는 것을 말합니다.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활용되죠. 예를 들어 볼까요? 실적발표가 예정된 A기업의 주가는 1000원입니다. 실적이 별로라네요. 주가가 내려갈 것 같습니다. 먼저 한 증권사에서 A기업 주식을 빌려 1000원에 팔아버립니다. 소정의 수수료를 내고 말이죠. 며칠 뒤 예상대로 A기업 주가는 800원으로 하락했습니다. 이제 곧바로 주식을 매수해 증권사에 갚을 차례입니다. 시간의 순서는 바뀌었지만 800원에 사서 1000원에 팔았으니 주당 200원을 번 셈입니다.

개미지갑 노리는 공매도. 막을 방법은 없을까요? 사실, 관련법이 있긴 합니다. 6월 말부터 시행된 ‘공매도 공시제도’가 그것인데요. 특정 주식의 0.5% 이상을 공매도하거나 공매도 금액이 10억 원을 넘으면 3거래일 안에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죠.

문제는 효과가 없다는 겁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공매도(전체 거래대금 대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5%인데요. 제도 시행 직전(2.6%)과 비교하면 오히려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외국인과 기관이 제도 시행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공매도를 즐기고(?) 있다는 겁니다.

(출처=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출처=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공매도는 큰 틀에서 한국 주식시장의 발전에 저해되고 있다.”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의 말입니다. 기관 투자자가 60일 안에 공매도 물량을 매수 상환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팔게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하네요.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공매도는 주식의 적정 가치를 찾고, 하락장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매매 도구”라고 주장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투자비중이 더 높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공매도의 칼끝은 늘 개미를 향합니다. ‘개미핥기(기관 투자자)’를 잡기 위한 새로운 그물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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