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 中企가 만든다] 청년은 “갈데 없다” 중기는 “인력 없다” 인식부터 바꿔야

입력 2016-10-05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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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희망재단, 구직자와 간담회

▲청년 구직자들은 중소기업에 청년들이 몰리게 하려면 우선 기업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청년 인력과 중소기업 간의 인식 차이도 좁혀나가야 할 숙제다. 청년 구직자 김상혁(왼쪽 첫 번째)씨, 권인숙(왼쪽 두 번째)씨와 청년희망재단 장의성 사무국장(오른쪽 첫 번째), 조병걸 사무차장(오른쪽 두 번째)이 최근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서 가 주최한 '청년 취업 중소기업이 이끈다' 좌담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고이란 기자고이란 기자 photoeran@)
▲청년 구직자들은 중소기업에 청년들이 몰리게 하려면 우선 기업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청년 인력과 중소기업 간의 인식 차이도 좁혀나가야 할 숙제다. 청년 구직자 김상혁(왼쪽 첫 번째)씨, 권인숙(왼쪽 두 번째)씨와 청년희망재단 장의성 사무국장(오른쪽 첫 번째), 조병걸 사무차장(오른쪽 두 번째)이 최근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서 가 주최한 '청년 취업 중소기업이 이끈다' 좌담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고이란 기자고이란 기자 photoeran@)

청년실업률이 나날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8.0%였던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9.2%까지 올랐다. 6개월 이상 구직활동을 이어가는 이른바 ‘장기 실업자’도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 같은 청년실업률 해소는 결국 국내 고용의 88%를 맡고 있는 중소기업만이 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현실은 막막하다. 중소기업은 현장에 청년 인력이 없다고 하소연하지만, 청년 구직자들은 갈 만한 중소기업이 없다고 항변한다. 인식의 간극이 크기 때문에 생기는 인력 미스매칭이다. 이에 정부는 중소기업 채용과 청년 일자리 확보를 위해 다양한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직 현장에서의 체감이나 활용도는 크지 않다.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청년희망재단 회의실에서 구직자와 채용 지원 실무자들이 만나 자신들의 생각을 가감없이 말했다. 청년 구직자 권인숙·김상혁 씨와 청년 채용을 지원하는 민간단체 ‘청년희망재단’의 장의성 사무국장과 조병걸 사무차장은 청년들이 느끼는 취업 현실과 인력 미스매칭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산업2부 중기벤처팀 김정유 기자(이하 사회)= 최근 청년 채용 한파가 불고 있다. 청년 구직자들 입장에서 맨몸으로 느끼는 채용 현장은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하다.

△권인숙 씨(이하 권)= 내가 하고자 하는 업무는 해외 관련 업무다. 앞서 해외 주재원을 뽑는 면접을 본 적이 있다. 당시 2차 면접자 중 나만 유일하게 국내파였다. 어렵게 대학을 졸업해 사회에 나와 보니 학자금 빚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해외 유학을 가보지 못했다. 만약, 나 역시 사장이라면 주재원으로 직원을 보낼 때 당연히 현지에 다녀온 사람을 뽑을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여유가 없어 해외 연수를 못한 청년들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경제적 비용이 든다. 때문에 많은 청년 구직자들이 좌절하게 되고 꿈도 꾸기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취업자 입장에서 기업이 원하는 모든 경험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청년희망재단 조병걸 사무차장(이하 조 차장)=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진 지 오래다. 청년들이 힘들 수 있고, 공감도 가지만 시스템과 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는 앞으로 더 고민해야 할 숙제다. 다만, 해외에 간 사람 이상으로 외국인과 의사소통이 잘 되는데 탈락했다는 것은 언어의 문제라고 보진 않는다. 현지 문화나 네트워크, 이런 부분들이 현장에서 공부한 사람과 국내파와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외국에서 한국으로 노동을 하러 온 사람들도 많다. 그런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경험 요소가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사회= 국내 채용의 88%는 중소기업으로부터 이뤄진다. 앞서 얘기했던 구직 현장의 사례들도 대부분 중소기업들이 대상이다. 일부 나아지고는 있지만 중소기업 취업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인 것 같다.

△김상혁 씨(이하 김)= 중소기업에 다니는 친구가 현재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성장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단순 업무에 정시 퇴근이지만, 중소기업에선 본인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채 월급만 받고 있다고 생각하더라. 나도 이전에 작은 중소기업에 다녔던 경험이 있다. 일부 수출 성과도 나오는 곳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대기업에서 하청이 들어오더니, 이후에는 하청업무만 해도 수익이 나니까 계속 의존만 하더라. 더 이상 이곳에서는 꿈을 키울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권= 예를 들어 연애를 할 경우에도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을 만나면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부모님들이 여전히 많다. 이런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청년들이 처음부터 대기업을 찾는 것이다. 나는 예체능을 전공했고, 지방대학교를 나왔다. 때문에 초반부터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을 집중적으로 물색했다. 하지만, 인지도가 낮아 아는 정보가 없으니 이곳에서 내 미래를 믿고 맡길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앞섰다. 지원하고 면접을 보는 상황에서도 불안하다.

△사회= 청년들이 인식하는 중소기업의 모습이 이렇다. 하지만 중소기업들도 나름 입장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복지 혜택을 끌어올려도 지리적 여건, 사회적 인식 등으로 인해 중소기업에서 이탈하는 청년 인력들도 꽤 있다. 인식의 차이가 심하다.

△청년희망재단 장의성 사무국장(이하 장 국장)=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나보면, 취업준비생들이 잘못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고 얘기한다. 청년들은 중소기업 지원 시 ‘중소기업은 사람이 부족하다고 하니 나 정도는 받아줘야지’라는 식으로 생각한다더라.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같이 오래 근무할 직원을 찾는다. 낮은 연봉 수준을 알고도 오래 함께 일할 직원을 원한다. 하지만, 청년들은 연봉과 복지가 우선이지 자기 업무는 그 다음으로 보는 것 같다고 중소기업 대표들은 이야기한다. 중소기업들은 청년 구직자들이 일단 연봉ㆍ복지가 대기업보다 못하다는 것을 감안하고, 업무 궁합이 맞는지를 먼저 봐줬으면 한다.

△조 차장= 알차지만 노출이 잘 안 된 중소기업들도 꽤 많다. 한 중소기업의 경우 직원 중 92%가 여성이고, 이직률도 낮다. 중소기업에 다니면 대기업에 다니는 것보다 더 많이 배울 수 있다. 취업생들이나 부모님 세대들이 모르는 부분이 있다.

△사회= 중소기업 채용이 원활히 이뤄져야 전체 고용이 힘을 받는다. 때문에 중소기업과 청년 인력들이 끊임없는 소통으로 인식의 차이를 점차 좁혀나가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중소기업들이 좀 더 개방적으로 나설 필요도 있어 보이고 정부 정책도 보완이 필요한 것 같다.

△권= 맞다. 힘들겠지만 중소기업들도 대기업처럼 청년들에게 본인들을 알려야 한다. 청년들에게 ‘중소기업 좋은데 왜 몰라?’라고 할 것이 아니라 먼저 움직여야 한다. 사실 청년들 입장에서는 숨어 있는 중소기업을 찾기가 어렵다. 대학교에 찾아가 설명회를 여는 것도 필요하다. 앞서 얘기했듯이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중소기업 구직을 피하는 경우는 해결해야 되지 않겠나.

△김= 공감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좋은 회사를 찾을 수도 없다. 좋은 중소기업들이 있다고 해도 한참 낮은 인지도 때문에 대기업 취업에 도전하는 청년들만 늘어나는 것이다. 중소기업들도 나름대로 적극 나서서 이런 청년들의 인식을 바꿔줄 필요가 있다.

△장 국장= 언론의 책임도 있는 것 같다. 좋은 중소기업을 소개하고 많이 알려줘야 하는데, 이를 광고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더라. 바뀌어야 한다. 청년희망재단에서도 앞으로 유망하고 좋은 회사들을 소개하는 포스팅을 할 것이다. 청년들도 인식을 조금 바꿔 기업 규모가 아닌, 업무 적합도를 가장 최우선에 두고 구직을 진행했으면 좋겠다.

△조 차장= 청년희망재단에서도 중소기업 창업자들이 청년들을 위해 특강을 많이 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먼저 다가가는 것도 필요하고, 사회적으로도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드라마만 봐도 대부분 재벌, 대기업 얘기다. 이 같은 인식과 제도를 바꾸는 부분에서 함께 노력해야 한다. 청년 유입이 안 되는 산업은 발전 가능성이 낮다. 회사가 성장해야 채용을 하는 게 아니고 청년을 채용해야 회사가 커진다. 정부 입장에서는 공공부문 고용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 재단에서도 이 같은 청년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정부와 기업들에 잘 전달해 지금의 고통이 줄어들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1.청년 구직자 권인숙(31) 씨

-예체능(성악) 전공. 중소기업 마케팅 또는 해외 취업 준비 중.

2.청년 구직자 김상혁(28)씨

-중소기업 입사 후 퇴사한 경험 있음. 현재 금융권 취업 준비 중.

3.청년희망재단 장의성 사무국장

-노동부 서울지방노동청장, 한국잡월드 이사장 역임

4.청년희망재단 조병걸 사무차장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근무, 산업통상자원부 R&D전략기획단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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