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우리나라에 인플레이션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국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주요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환율경로를 통해 국내 인플레이션을 추가적으로 떨어뜨렸다고 분석했다.
우선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저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인플레이션 또한 수년간에 걸쳐 상당히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공급 측면에서 원자재가격 및 국제 유가의 하락, 수요 측면에서 국내 경기 부진이 주된 영향으로 작용했지만, 주요국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국내 인플레이션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존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2012년부터 2014년 사이 미국과 독일, 일본, 영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은 그동안 양적완화 정책을 운용했고 이에 따라 증권보유액이 빠르게 증가하고, 이들 국가의 장기금리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08년말 대비 지난해 말 기준 증권보유액은 미 연준이 3조7000억달러, 일본은행이 2조1000억달러, ECB가 1조10000억달러 늘었다. 장기금리는 큰 폭으로 하락해 같은 기간 미국, 독일, 일본, 영국 등 4개국 주요국의 국채 10년물 유통수익률은 평균 2.3%에서 1.2%로 1.1%포인트 낮아졌다.
한은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증권보유액 합계 증가율이 한 단위 표준편차(32.0%) 만큼 높아질 경우 미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해당 월에 전년동월대비 1%포인트 내외 하락하고, 이후 2개월 동안 하락세를 지속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개월에 걸쳐 0.2%포인트 가까이 낮아진 다음, 이후에도 일정기간 동안 소폭의 하락세를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 연준의 양적완화정책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유의성이 높았다는 분석이다.
남민호 한은 정책연구부 과장은 “미 연준의 비전통적 통화정책 운용이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및 국내 인플레이션에 상대적으로 뚜렷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며 “반면, ECB의 경우 환율 변동율을 하락시켰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에는 다소 불확실한 영향을 보였고, 일본은행과 영란은행의 양적완화정책은 국내 물가에 유의미한 영향이 없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