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자신의 ‘마약과의 전쟁’ 캠페인에 반대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막말을 퍼부으면서 미국과의 결별 가능성도 시사했다고 4일(현지시간) A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또 인권 문제를 우려하는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두테르테는 지난 6월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서 미국과 대립을 계속하는 반면 중국, 러시아와는 관계를 밀접하게 가져가려 하고 있다. 이는 오랫동안 미국에 의존해온 필리핀의 외교정책을 뒤집으려는 것이다.
그는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비판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취임 이후 3개월 만에 필리핀에서는 약 3000명의 마약 딜러와 후원자들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유엔과 미국, EU, 인권단체들이 불안한 눈길로 필리핀을 보고 있다.
두테르테는 이날 한 지방행사에 참석해 “마약과의 전쟁을 멈추게 하려는 미국에 실망했다”며 “우리를 돕는 대신 비판에 앞장선다면 오바마 대통령은 차라리 지옥에나 가라”고 말했다. EU에 대해서도 “지옥은 꽉 찼을 테니 연옥을 택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거친 말을 쏟아냈다.
마닐라에서 열린 다른 행사에서는 “결국 내가 집권하고 있을 때 필리핀이 미국과 결별하고 러시아와 중국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에 대한 두테르테의 위협 중 가장 심각한 발언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앞서 두테르테는 지난달 초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를 앞두고 오바마를 ‘개XX’로 지칭해 양국 정상회담이 취소되기도 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아직 두테르테나 다른 필리핀 관리로부터 양국 협력을 바꾸겠다는 공식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 “우리는 필리핀과의 굳건한 동맹관계를 보호할 것이나 과도한 사법살인에 대해서는 주저하지 않고 우려를 나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주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번 주 열리는 미국-필리핀 합동군사훈련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런 움직임은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중시 정책을 좌절시킬 수 있다.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AP와의 인터뷰에서 “필리핀과 같은 민주국가가 미국에 대한 대중의 호감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심각한 실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