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뜨거운 인기를 누렸던 배당주가 가을에 접어들면서 시들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S&P500지수에서 배당주의 대표격인 유틸리티 관련주는 이날까지 9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2002년 이후 가장 긴 하락세다. 이 기간 유틸리티 종목은 7.5% 하락했다. 이날만 0.3%포인트 더 떨어졌다. 이 여파에 올 들어 유틸리티 종목의 상승폭은 8.9%로 줄어들었다. 실제로 미국 전력회사 AES코퍼레이션 주가는 지난 9일동안 10% 추락했으며 원자력 발전회사인 엑셀론(Exelon)도 이 기간 8.8% 떨어졌다. 배당액이 늘면서 각광을 받았던 부동산주도 같은 기간 6.7% 하락했다. 4분기 전망도 암울한 상황이다. 유틸리티와 부동산 섹터는 4분기 첫 3거래일에만 각각 3.7%, 5.2%씩 떨어졌다. 같은 기간 S&P500지수는 0.4% 하락하는데 그쳤다.
배당주는 마이너스 금리의 반사효과를 누렸다. 올해 채권시장이 마이너스(-)금리 여파에 출렁이자 갈 곳 잃은 투자자들의 발걸음으로 상승세를 기록하게 된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서 10년물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채권시장 수익률이 신통치 않게 됐다. 여기에 주식시장 역시 최근 몇 년 동안 상승세를 이어가며 점차 폭락 우려가 커지자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배당주에 몰리기 시작했다.
그간 각광을 받았던 배당주가 최근들어 약세를 보이는 것은 일부 펀드매니저들의 매도 행렬에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초 랠리를 펼쳤던 이들 배당주들의 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판단에 비싼 값에 주식을 팔아 현금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고배당주의 주가수익비율(PER)도 크게 올랐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최근 주가 급락 여파에도 유틸리티주의 PER은 지난 12개월 기준으로 21.4배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기간 S&P500지수의 PER인 19.8배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PER이 높으면 그만큼 해당 주식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뜻이다.
브래드 뉴먼 프레드앨저 매니지먼트 고객투자 전략가는 “나무가 하늘 높이까지 자라지는 않는다”고 비유하면서 “시장이 이러한 고수익 주식을 다시 원래의 가치로 되돌려 놓을만한 구실을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WSJ는 최근 부동산과 유틸리티 종목과 같은 매도세가 금과 은 투자 흐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안전주로 불류되는 이들 배당주와 투기성을 지닌 금과 은의 매도세는 그만큼 미국을 포함해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에 대해 투자자들이 예민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WSJ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