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 이어 부산시도 입찰 배제?… 홀대받는 토종헬기 ‘수리온’

입력 2016-10-07 10:49 수정 2016-10-0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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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수리온에만 불리한 조건…동등한 입찰 참여 기회 달라”

▲육군의 노후 헬기인 500MD, UH-1H 대체용으로 KAI가 개발한 수리온은 2012년부터 실전 배치가 이뤄져 현재 54대가 운용 중이다. 약 1조3000억원이 개발비로 투입됐다. 
사진제공 KAI 
사진제공 KAI I
▲육군의 노후 헬기인 500MD, UH-1H 대체용으로 KAI가 개발한 수리온은 2012년부터 실전 배치가 이뤄져 현재 54대가 운용 중이다. 약 1조3000억원이 개발비로 투입됐다. 사진제공 KAI 사진제공 KAI I

서울시에 이어 부산시가 외산 헬기에 유리한 조건을 내걸어 국산 헬기 ‘수리온(KUH-1)’의 경쟁 입찰을 원천 차단했다는 의문이 일고 있다.

서울시 119특수구조단은 7월 6일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헬기 1대 도입’ 입찰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국산을 장려하는 나라장터에서의 진행이 힘들어지자, 서울시는 8월 23일 자체적으로 입찰 공고를 냈다.

서울시는 국토교통부의 표준증명과 카테고리A 인증(2개 엔진 중 하나 고장 시 비행 능력) 요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군용인 수리온은 방위사업청 형식 인증, 카테고리B 인증(한쪽 엔진 정지 시 비계획된 착륙)을 받은 상태다. 또 항속거리 800km와 탑승 인원 18인 이상 등의 높은 사양 조건을 내걸어, 768km·14명 사양인 수리온은 입찰 기회를 얻지 못했다. 결국 5일 입찰에서 이탈리아 아구스타웨스트랜드의 ‘AW189’만 단독 참여해 유찰됐다. 2주 후 재입찰에서도 다시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으로 진행되는 만큼, AW198의 낙점은 기정사실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이에 230여 개의 수리온 협력업체들은 8월 26일 서울시에 “수리온 참여를 다시 검토해 달라”는 건의문을 제출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KAI에 따르면 전국 소방헬기 시장 규모는 총 5400억 원(27대·대당 약 200억 원 기준)으로, 이들 협력업체가 최대 1700억 원의 파급효과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부산시 소방안전본부가 낸 소방헬기 구매 사업 입찰 공고 역시, 서울시 입찰과 동등한 수준의 요건이 요구됐다. 입찰서 제출 마감일은 21일이다. KAI 측은 요건 기준이 서울시와 동일한 만큼 입찰 참가가 힘들 것이라는 입장이다.

KAI 관계자는 “지역 소방에서 요구하는 업무를 모두 수행할 수 있음에도, 동등하게 입찰에 참여할 기회마저 얻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사주지 않는다면 수리온은 해외에서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T-50이 이라크, 필리핀, 태국 등에 56대가 수출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공군의 지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군용 항공기 인증은 군 작전 목표에 맞는 항공기 성능을 검증하지만, 민간 항공기는 안전 확보를 목표로 삼아 인증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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