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음담패설’을 담은 동영상 파일이 공개돼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7일(현지시간) 트럼프가 지난 2005년 연예매체 액세스할리우드의 사회자였던 빌리 부시와 대화를 나눴던 동영상을 공개했다. 당시 트럼프는 자신이 카메오로 출연했던 드라마 ‘우리 삶의 나날들’ 녹화장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빌리 부시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사촌이기도 하며 현재 NBC방송의 투데이쇼를 공동 진행하고 있다.
트럼프는 당시 지금의 부인인 멜라니아와 결혼한지 수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한 유부녀를 유혹하려 한다며 노골적인 언사를 늘어놓았다. 그는 “나는 그녀와 사귈려고 세게 접근했지만 실패했다. 가구를 원해 가구쇼핑도 데리고 갔지만 그녀는 결혼한 여자였다”며 “어느 날 갑자기 그녀를 보니까 커다란 가짜 가슴에 얼굴도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녹화장에 도착할 무렵 마중나와 있던 여배우 아리안 저커를 보고나서도 “키스에 대비해 ‘틱택(입냄새 제거용 사탕)’을 써야 겠다”라며 “나는 자동으로 미인한테 끌린다. 바로 키스를 하게 된다. 기다릴 수 없다”고 언급했다. 또 빌리 부시와 함께 여성의 성기를 가리키는 속어를 쓰면서 음담패설을 이어가고 나서 도착하자 버스에서 내린 뒤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함께 녹화장으로 들어갔다.
트럼프는 동영상이 공개되자 “내가 잘못했다. 사과한다”며 “그러나 이런 폭로는 현재 우리가 처한 중요한 이슈에서 관심을 돌리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빌리 부시는 성명에서 “확실히 어리둥절하고 부끄럽다. 변명의 여지는 없다”며 “그러나 이는 11년 전에 일어난 일이다. 나는 젊었고 덜 성숙했으며 마치 노는 것처럼 어리석게 행동했다. 매우 미안하다”고 밝혔다.
이번 동영상 공개는 2차 TV토론을 이틀 앞두고 일어났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트위터에 “정말로 끔찍하다”며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도록 할 수는 없다”는 글을 남겼다. 공화당 고위 인사들도 악재를 쏟아내는 트럼프에게 짜증섞인 반응을 보였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오늘 들은 말에 구역질이 난다”며 “트럼프가 이 상황에 진지하게 대처하고 여성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8일 자신의 지역구인 위스콘신에서 트럼프와 합동 유세를 하려고 했으나 이를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