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人사이트] 이수진 야놀자 대표 “양지로 끌어낸 모텔… 숙박의 표준 만들겠다”

입력 2016-10-1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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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업소 청소하며 O2O 사업 결심…여성 위한 ‘데이트 코스’ 개발 큰 호응프랜차이즈사업 5년새 가맹점 100곳…‘러브호텔’ 조장 인식개선 사명감 생겨

▲이수진 야놀자 대표는 숙박 O2O 시장 개척을 위해 무엇보다 사회의 인식개선이 가장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10년여간의 노력이 이제는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가 최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야놀자 사무실에서 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고이란 기자
▲이수진 야놀자 대표는 숙박 O2O 시장 개척을 위해 무엇보다 사회의 인식개선이 가장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10년여간의 노력이 이제는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가 최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야놀자 사무실에서 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고이란 기자

수더분한 미소에 다부진 체격, 반팔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이수진 야놀자 대표의 첫인상은 국내 숙박 벤처기업을 이끄는 수장이라기보다 ‘옆집 형’에 가까웠다. “여성스러운 이름하고 실제 인상하고는 딴판이죠?” 가벼운 농담을 던지며 인사를 대신한 이 대표는 줄곧 웃는 낯으로 야놀자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야놀자가 불과 몇 년 새 온ㆍ오프라인 연계(O2O) 숙박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운 배경, 그리고 회사가 향후 나아갈 방향까지 이 대표는 느리지만 정확한 어투로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최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야놀자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처음 시작할 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요즘에는 숙박 O2O에 대한 공감대가 잘 형성된 것 같다”며 “대기업 등 여러 기업에서 협업 제휴를 제의하고, 정부에서 직접 숙박업계와 관련된 문의를 하는 등 인식 자체가 달라진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야놀자는 벌써 업력 10년이 넘은 벤처기업이다. 동명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웹 서비스를 통해 중소형 숙박업소들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 손쉽게 객실 예약과 결제 기능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대표는 과거 ‘러브호텔’로 대변되는 중소형 숙박업소 사업을 야놀자를 통해 양지로 많이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작은 단순했다. “가정환경이 어려운 가운데, 일반 기업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는데 삶의 패턴부터 연봉 수준까지 큰 차이가 났습니다. 무작정 부자가 돼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부자가 되고자 이 대표가 선택한 일은 주식과 부동산 투자였지만 모든 돈을 날리면서 허무하게 끝이 났고, 이어 창업한 샐러드 사업도 불과 6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당장 숙식을 해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 대표가 숙박업소와 처음 연을 맺게 된 배경이다.

“24시간 숙박업소 청소일을 하면서 월급을 200만~300만 원씩 벌었다. 사업자금을 빨리 모으기 좋았다”는 이 대표는 다음 사업 아이템으로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숙박업을 선택했다. 그는 “당시 포털사이트에 있던 숙박업소 종사자 카페를 보니 그 안에서 구인·구직과 정보 공유들이 이뤄지더라”며 “운이 좋게 숙박업소 카페인 모텔투어를 인수, 이를 통해 기업 간 소비자 간(B2C) 영역까지 확장시킨 숙박업소 중개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모텔투어를 2006년 야놀자로 명칭을 변경하고, 2007년 2월 법인을 설립했다. 본격적인 경영의 시작이었다. 그는 “10명 남짓한 인원으로 숙박업소 사장들을 만나러, 하루에 많게는 30군데까지 뛰었다”며 “플랫폼이 2년 정도 운영되니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여성들을 위해 ‘데이트 코스’를 개발했더니 더욱 호응이 높아졌다”고 회상했다.

숙박업소 밑바닥부터 배워온 이 대표였던 만큼, 야놀자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선 인식개선이 필수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러브호텔이라는 인식이 있어 야놀자를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각이 부정적이어서 개선이 필요했다”며 “야놀자가 러브호텔 문화를 조장하는 회사가 아니냐는 인식도 있어 이를 개선코자 하는 사명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에 이 대표는 일반인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캠페인을 전개한 것은 물론, 숙박업소 사장들의 인식도 바꾸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회전율이 중요한 숙박업소는 예약을 잘 안 해주는데, 이 같은 패러다임을 바꾸려고 했습니다. 이제 바로 예약 등의 서비스가 가능한 것을 보면 인식 변화에 대한 노력이 다소 인정받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대표의 뿌듯함이 잘 나타나는 한마디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소형 숙박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것도 이 같은 인식개선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특히, 프랜차이즈 사업은 론칭 5년 만인 지난 8월 가맹점 100개를 돌파했다. 경쟁사들이 최근 프랜차이즈 사업을 뒤쫓아 시작할 정도로 후발업체들에 끼친 영향도 크다. 본사에 ‘좋은숙박연구소’를 만든 것도 업계에서는 새로운 시도로 꼽힌다. 숙박업소에 대한 표준을 만들겠다는 이 대표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이 대표는 “좋은숙박연구소를 통해 숙박업소 사장들을 대상으로 운영비 절감 방안, 고객에 대한 서비스와 마케팅 방안, 청소에 대한 기본 메뉴얼 등을 무상으로 교육하고 있다”며 “초창기에 어려웠던 프랜차이즈 사업도 이제는 외부 제의가 많이 들어오는 것을 보면, 야놀자가 숙박의 표준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고 했다.

야놀자가 10년에 걸쳐 시장을 개척하자, 이제는 후발업체들도 많이 생겨났다. 숙박 O2O 업계라는 시장이 형성되면서 올해부터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그 과정에서 물밑으로 상호 비방과 따라하기가 줄기차게 이뤄졌다. 야놀자 입장에서 아쉬울 법도 하지만, 이 대표는 시장의 인식 개선 차원에서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후발업체들이 급하게 따라하다 보니, 다른 쪽으로 엇나갈 수 있는 방향성 측면에서 좀 아쉬웠어요. 하지만, 숙박에 대한 본질만 잘 맞춰서 간다고 하면 결국 다 잘되지 않을까요? 서로 시장에서 좋은 관계가 될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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