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계에 따르면 실적 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30대 그룹을 중심으로 올해 연말 인사에도 인원 감축 바람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기업마다 품질관리와 검찰수사, 구조조정 등이 사회적 이슈로 확산되면서 올 연말 인사에서 ‘변화와 혁신’을 채찍질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30대 그룹 임원 자리는 전년 대비 484개로 줄어들었다. 2015년 5월 30대 그룹 임원 수는 1만116명으로 전년 대비 5명 감소하는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직급별로는 상무(이사 포함)급이 250명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해 초임 임원들이 구조조정 시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전무급과 부사장은 각각 58명, 15명 줄었다. 반면 사장은 234명에서 242명으로 8명 늘었다. 감소율은 전무급이 5.3%로 가장 높았고, 상무급과 부사장은 -4.3%와 -2.7%를 기록했다.
임원이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삼성으로 2502명에서 2128명으로 무려 374명(-14.9%)이나 줄었다. 방산·화학계열사 매각 영향으로 100명가량 줄어든 탓이다. 22개 계열사 중 절반이 넘는 12곳에서도 임원 자리가 감소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는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그 어느 해보다 많아 지난해보다 감원 규모가 커질 것 같다”면서 “이번 연말 임원인사 키워드는 ‘필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기업별로 진행하고 있는 구조조정이 현재 진행형이라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따른 물갈이 인사도 상당히 진행될 전망이다.
이미 현대중공업은 올 상반기 임원인사에서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방안 발표에 따른 후속 조치로 조직 슬림화 차원에서 조선 관련 계열사 기존 임원의 약 25%를 감축했다. 전체 임원 수를 고려하면 60여 명의 임원이 옷을 벗은 셈이다. 반면, 신규 임원 선임은 단 한 명도 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올 연말 인사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당시를 연상케 하는 인사대란까지 전망하고 있다. 경기 불황 및 불안정한 대외변수 등에 부담을 느낀 주요 기업들이 ‘위기경영’을 전면에 내세워 인력 규모를 줄이는 다운사이징에 본격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른 재계 관계자는 “고용 비용 부담이 큰 임원과 고참급 간부직원 중심으로 인력 구조조정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매년 임원 승진자 수를 줄여온 점을 감안할 때, 승진자 수는 과거 경제위기 당시 수준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