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골프이야기]장하나의 눈물과 세리머니

입력 2016-10-1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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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마음속으로 흐느끼며 울었다. 기쁨이자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던 탓이다. 사실 대회에 출전해 많은 상금을 벌어들이고는 있지만 아직은 대학생이다. 친구들과 어울려 수다를 떨고, 여행을 다녀야 할 청춘이다. 그러나 이들은 동료들보다 생활전선(?)에 일찍 뛰어들어 나름대로 부(富)를 축적하며 직업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조그만 일에도 큰 상처를 받을 나이다.

어른들의 잣대로 보면 20살이 넘었으니 ‘다 큰 성인인데 무슨 소리냐’고 할는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그들은 덩치만 컸지 연약하고 아직은 철부지 일지도 모른다.

장하나(24·비씨카드)의 얘기다. 그가 오랜만에 대만의 비바람을 뚫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푸본 LPGA 타이완 챔피언십 우승했다. 우승 직후 이전과 달리 ‘작은 동작’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그는 9일 대만 타이베이의 미라마르 골프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대회 4라운드 18번홀(파5)에서 파 퍼트에 성공하고 두 손을 번쩍 치켜 들었다. 맹추격한 펑샨샨(중국)을 제치고 우승을 확정한 뒤였다. 7개월간의 슬럼프를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비 오는 날의 골프장을 좋아한다”는 장하나는 “비오는 날 우승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특히 3라운드에서 10언더파 62타는 그가 기록한 18홀 최저타수다.

그는 지난 2월 코츠 챔피언십, 3월 HSBC 챔피언스에서 우승했을 때는 화려한 세리머니로 눈길을 끌었다. 코츠 챔피언십에서 데뷔 첫 우승을 하고 나서는 일본의 사무라이를 연상케 하는 검객 세리머니를 했고, HSBC 챔피언스 우승 때는 팝 스타 비욘세의 춤을 따라 췄다.

▲장하나. 사진=LPGA
▲장하나. 사진=LPGA
그런데 지난 3월 싱가포르 공항에서 ‘가방 사건’이 터졌다. 공항에서 작은 사건이 하나 벌어졌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장하나 아버지의 실수로 가방이 넘어지면서 전인지가 부딪친 것. 이때 전인지(22·하이트진로)는 바로 주저앉았고, 허리를 다쳐 기권했다.

이에 아랑곳없이 우승한 장하나가 비욘세 춤을 춘 것에 대해 안티 팬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이후 아버지가 여러 번 사과를 했다. 쉽게 앙금이 풀릴 것 같았던 ‘전인지-장하나’의 불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그러는 사이 장하나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입원까지 했다. 4월 스윙윙 스커츠에서 기권한 뒤 한달 이상 대회에 불참했다가 6월에 복귀했다. 리코 브리티시에서 공동 5위를 한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대부분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장하나는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 정열적인 에너제틱한 춤을 추고 싶었지만 작은 춤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3라운드가 끝난 뒤 주위 사람들로부터 세리머니를 작게 하라는 문자를 받았기 때문이다.

전인지와 장하나, LPGA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모두 전세계에 한국 브랜드를 알리는 첨병역할을 하고 있는 선수들이다. 팬들은 이들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신경을 써줘야 한다. 전인지와 장하나는 싱가포로 사건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장하나의 아버지가 실수를 한 것뿐. 그런데도 모든 화살이 장하나를 향해 쏟아졌고, 장하나는 이를 감내하는데 상상 이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사건이후 전인지가 9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한데 이어 지난주 장하나가 정상에 올랐다. 이제 둘은 서로 마음속에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를 앙금을 이번 기회에 시원하게 풀어 버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둘이 함께 발전하는 모습을 골프 팬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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