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내각회의에서 장관들의 애플워치 착용이 금지됐다고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애플워치가 러시아 스파이 해킹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테리사 메이 정부는 최근 해커들의 도청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영국 장관들이 내각회의에 참석 시 애플워치 착용을 금지했다. 이는 러시아 해커들의 해킹활동이 기승을 부리는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이미 영국 정부는 도청 위험을 이유로 내각회의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스마트워치는 이제까지 금지 대상은 아니었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 때만 해도 마이클 고브 전 법무장관을 포함한 일부 장관들은 스마트워치를 착용한 채 내각회의에 참여했었다. 이 때문에 고브 전 장관이 원내총무일 당시 내각회의에서 그의 스마트워치에 담긴 비욘세 노래가 무심코 틀어지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는 고의적으로 노래를 튼 것이 아니라 스마트워치로 몰래 메일을 확인하다 잘못 버튼을 눌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메이 총리가 이끄는 내각이 지난 7월 출범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러시아 해커단체들의 규모가 커지면서 이에 대한 우려도 그만큼 커졌기 때문. 특히 미국에서 민주당 전당대회 때 극비 이메일이 러시아 해킹단체로부터 해킹되면서 영국을 비롯한 서구권의 국가 기밀 보안 우려가 커졌다. 앞서 지난 9월 러시아 해킹 조직으로 추정되는 집단이 백악관 참모의 이메일을 해킹해 영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의 여권 정보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달 초에는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트럼프를 비판하는 기사를 쓴 뒤 러시아 IP를 쓰는 해커들에게 디도스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러시아 해커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운동선수들의 의료 파일도 탈취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