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사태] 주가 부풀린 신약기술 ‘대박’ 꿈… 제약·바이오주 실적기반 투자 전환할 때

입력 2016-10-1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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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장공시’로 최대 24% 손실… ‘코스피200 헬스케어’ 일주일새 -8.3%

한미약품의 ‘늑장공시’ 사태 이후 증시에서 제약·바이오주가 재평가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미래 가치가 아닌 현실적인 투자 기법으로 제약·바이오 업종에 접근하면서 막연한 기대감에 주가가 오르던 이 업종의 위상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미국 제넨텍과 세포 내 신호전달을 매개한 미토겐 활성화 단백질 키나아제 중 하나인 표적 항암제(RAF)를 억제하는 경구용 표적 항암제 HM95573에 대한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해 계약금 8000만 달러와 마일스톤 8억3000만 달러를 받는다고 발표했다.

이튿날인 30일에는 개장 30분 후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작년 7월 맺었던 항암제 기술 수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한미약품은 호재성 공시로 주가가 상승하는 도중에 악재성 공시를 시간차로 내놓아 투자자의 손실을 키웠다. 개장 직후 5%대 상승률을 보일 때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라면 최대 24%가량의 손실을 본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약품 사태는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3일부터 7일까지 코스피200 헬스케어 지수는 전주 대비 8.3% 하락했으며 코스닥 제약 지수는 3.6% 떨어졌다.

증권업계에서는 제약·바이오 업종의 재평가가 진행되며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미약품 사태에 더해 올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신약 기술 수출 기대감 저하,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수출 우려, IT와 대형주 중심의 랠리 등으로 제약·바이오 업종 주가는 전체적으로 하락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제약·바이오 회사들이 내놓았던 신약 및 기술에 대해 미래 가치가 아닌 실적 등 현실적 가치에 기반해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근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한미약품 기술 권리 반환에 따라 공격적으로 평가했던 기존 계약에 대해서도 보수적 시각으로 전향했다”며 “다른 신약 개발 업체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최근 한미약품의 기술 계약 해지로 신약 개발의 어려움을 다시 한 번 알게 됐다”며 “미국 바이오협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모든 의약품 후보 물질의 임상 1상부터 품목 승인까지 성공률은 9.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막연한 기대감을 갖기보다는 현실에 기반한 투자 관점을 가져야 한다”며 “국내 업체의 연구 개발 역량이 높아진 건 분명하나 좀 더 긴 호흡으로 냉정히 접근할 때”라고 덧붙였다.

김태희 현대증권 연구원 역시 “신약 개발에 있어서 임상 실패 리스크는 항시 존재하지만, 올무티닙 계약 규모가 8000억 원을 상회했고 빠른 임상속도로 기대가 컸던 터라 제약·바이오업종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는 불가피해 보인다”며 “당분간 신약 개발주보다는 실적주 중심의 투자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반면 제약·바이오 업종이 다시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미약품과 비슷한 사례였던 LG생명과학의 경우 업종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컸지만 주가가 22.9% 하락한 후 반등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LG생명과학은 2010년 4월 길리어드로부터 간질환치료제 임상 중단을 고지받은 바 있다.

제약·바이오 종목 중 실질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고 실적 개선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는 점도 이 업종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특히 올해 4분기(10~12월)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형 바이오 기업의 기업공개(IPO)가 예정돼 있다는 점은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

노경철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부터 외부적인 요인 등으로 하락했던 제약·바이오주는 최근 한미약품 사태에 따른 투자심리 변화까지 겹쳐 이제 거의 바닥권을 형성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그동안 성장 기대감으로 높았던 밸류에이션이 많이 낮아졌고 4분기에는 국내 대형 바이오 기업들이 줄줄이 IPO 예정이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글로벌 임상이 점차 후기 단계로 진입하고 실적 개선이 이뤄지는 기업들도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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