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순 칼럼]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 노벨문학상

입력 2016-10-1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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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이제 노벨문학상만 남았다. 나머지 부문은 다 수상자가 발표됐다. 올해 문학상은 13일 발표된다니 예년보다 더 늦다. 작년엔 10월 8일 수상자가 발표됐는데, 후보자들의 면면이 드러난 게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발표가 늦어지는 이유도 알려진 게 없다.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인들에게 남북통일 못지않은 비원 숙원이다. 아니 통일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니 그것보다 더한 대원(大願)이라 할 만하다. 나는 전에 ‘노벨문학상에 목매지 말라’는 취지의 글을 썼고 그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인들의 오랜 심원(心願)이 해소되지 않아 딱하고 안타깝다.

잠을 자야 하는데 저녁을 안 먹은 듯, 그것도 다른 메뉴가 아니라 밥을 안 먹어서 뭔가 정리가 되지 않는 느낌. 대학에 들어가야 하는데 수능시험을 안 치른 것 같은,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한 것 같은 기분. 이런 비유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미 일본이 두 사람, 중국이 두 사람 이렇게 노벨상을 받았는데 유구한 역사와 고유한 문자, 언어로 독자적 문학세계를 구축해온 한국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약이 오르는 일이다. 동아시아 3국 가운데 우리만 쏙 빠졌다. 무역 수출 등 각종 경제지표나 사회통계 등에서 이미 세계적인 나라의 반열에 올라선 한국이 유독 문학에서만 이렇게 냉대 경시를 당하는 게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영국의 온라인 도박사이트 래드브록스가 고은 시인을 배당률 14대 1로 노벨문학상 후보 공동 6위에 올렸다고 한다. 지난달 중순 배당률 33대 1로 11위였다가 이달 초 13위로 떨어지더니 최근 다시 일곱 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이 사이트가 꼽은 후보자 중 현재 1위는 케냐 소설가 응구기 와 티옹오, 2위는 지난달부터 1위였던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3위는 시리아 출신 시인 아도니스라고 한다.

그런데 래드브록스는 지난해 스베틀라나 알렉시에비치, 2006년 오르한 파묵을 1위로 올려 수상을 정확히 예측했고, 2011년의 수상자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2012년 수상자 모옌(莫言)도 배당률 2위로 수상에 근접한 일이 있다니 허망한 확률 놀음이라고 완전 무시하기도 어렵다. 이 사이트의 대변인은 지난 10년간 수상자 중 7명이 래드브록스 배당률 순위 3위 안에 있었다고 자랑했다고 한다.

현재 공동 6위라는 고은이 신작 시집 ‘초혼’을 낸 뒤 언론 인터뷰에서 재미있는 말을 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거는 대답 없는 질문 아뇨, 김소월 시에도 있잖아.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대답 없는 질문이라니까….” 시집 ‘초혼’은 김소월의 시 ‘초혼’과 제목이 같다. 한국 현대사를 아우르며 역사 속에서 무고하게 희생된 원혼을 달래는 제의(祭儀) 성격의 시를 모았다.

그의 말대로 이번에도 노벨상은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일까. 여전히 그럴지도 모르겠고, 또다시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만, 만약 무라카미가 상을 받는다면 우리는 얼마나 더 약이 오를까. 그런데 그는 스웨덴 한림원이 선호하는 이상주의나 사회성·역사성과는 좀 거리가 있는 작가가 아닐까.

한국 문인이 상을 받지 못할 거라면 시리아의 시인 아도니스가 선정됐으면 좋겠다. 본명이 알라 아흐마드 사이드인 아도니스는 아랍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괴테상, 세계시인협회상을 받은 바 있다. 1930년생이니 나이도 86세. 노벨상은 생존 문인에게만 주고 있으니 지금이 알맞은 때다.

더구나 세계는 지금 시리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시대의 부름에 호응해왔다고 자처해온 노벨문학상은 언제나 문학 외적인 판단도 다분히 가미되는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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